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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년들 극혐 부르는 한국당

입력
2018.09.10 1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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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미래에 희망을 걸지 않을 때 지금 생활에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일본의 ‘사토리’(달관, 득도) 세대를 다룬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 3년 전 국내에 출간되자 화제가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 삶에 만족하는 현상이 이웃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헬조선’의 한국 젊은이들에게 취업 걱정 없는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 안주는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 출구를 찾지 못해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위로는커녕 염장을 지르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부모 세대들이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많이 낳았겠나. (출산이)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걸 두고 비판이 쏟아진다. 그는 “자신들이 행복하고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걸 꺼린다”며 청년들을 ‘이기적인’ 존재로 취급하기도 했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한 명 출산에 1억 지급하는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웠던 터라 파문이 크다.

▦ 일자리, 주거, 보육, 교육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젊은이들의 출산 기피 원인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그런데 두 의원은 근본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고 청년들의 가치관을 겨냥하고 여성을 출산 도구쯤으로 여기는 저급한 인식을 드러냈다. 청년세대를 사지로 내몬 기성세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반성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국가가 돈 줄 테니 애 많이 낳으라’는 식의 논리야말로 한국당이 공박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의 전형이다.

▦ 김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할 목적으로 ‘출산주도성장’을 들고나온 것부터가 잘못됐다. “소득주도성장 한 놈만 팬다”고 한 자신의 말대로 맞불카드로 내세운 것이지만 증세와 복지에 반대해온 당 방침과도 배치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출산주도성장 반대(61.1%)가 찬성(29.3%)보다 2배 이상 높고, 심지어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높게 나타난 것만 봐도 ‘헛발질’이다. 김 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을 언급하며 “상스럽고 천박하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보수진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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