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단일 부서(과)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어딜까요.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는 곳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실은 디지털 증거를 수집ㆍ분석하는 ‘디지털조사분석과’입니다. 이 곳이 최근 공정위 조사를 더욱 신속하고 촘촘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으로 부상하며 기업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공정위가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조사할 땐 조사 인력이 대거 출동, 서류 뭉치를 일일이 확인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주요 자료를 컴퓨터나 서버에 저장해두고,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 기간이 지난 자료는 자동 삭제합니다. 공정위 입장에선 ‘디지털 증거’를 확보ㆍ분석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셈이죠. 이에 공정위는 2010년 디지털 포렌식(forensicsㆍ과학수사기법)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그런데 4,5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디지털조사분석과를 신설하고, 인력을 22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15명이 데이터복구 전문업체 출신 등 전문가로 채워졌죠.

이후 공정위 조사는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공정위 현장조사에선 수십 만개의 전자문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공정위 조사관은 일단 해당 기업과 어떤 ‘키워드’로 자료를 검색할지 합의합니다. 이후 키워드 범위 안에서 현장조사에 동행한 디지털조사분석과 직원이 자료를 선별하고 삭제된 파일이나 암호가 걸린 파일을 복구합니다. 카르텔조사국 조사관 A씨는 “과거엔 기업의 동의를 받고 이미징(복제)해온 자료에 대한 사후 분석을 맡기면 한 달은 걸렸는데 최근엔 일주일이면 된다”며 “담합 사건의 전체적인 조각을 빠르게 맞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집단국 조사관 B씨도 “과거엔 포렌식 인력이 부족해 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현장조사에 포렌식 인력이 전담으로 붙어 조사가 빠르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대기업들은 이러한 포렌식 강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기업집단국 조사관 C씨는 “자료가 많이 검색되지 않도록 키워드를 매우 좁게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등 기업들이 깐깐해졌다”며 “기업들 방해에 포렌식으로도 복구를 못 한 파일도 있었다”고 귀띔했습니다.

공정위는 포렌식 역량을 계속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6억원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찬수 디지털조사분석과장은 “지금은 포렌식으로 선별ㆍ복구한 분석자료를 본청 내 전용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검찰처럼 담당 조사관들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포렌식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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