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서정적 일상 풍경까지 사실적으로 묘사

북한 미술 전시를 기획한 문범강 큐레이터가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아시아문화전당 전시실에서 홍명철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만든 집체화 ‘평양성 싸움’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북한 미술이라고 하면 선전화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선전화가 북한 미술의 전체는 아닙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북한 미술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북한 미술전을 기획한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의 설명이다. 북한전은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전시 중 하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마련된 ‘북한 미술: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로 4m, 세로 2m가 넘는 대형 집체화 ‘새 물결이 뻗어간다’가 단숨에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림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에도 수백 명의 노동자가 수로관을 건설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화폭을 빽빽이 채운 노동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입이 벌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힘든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북돋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문 교수는 “리더의 서거, 국가적 대토목 사업 등을 기리기 위해 2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해 만드는 집체화는 기록화로 분류된다”며 “작가들은 북한 사람들의 따뜻한 심성을 보여주고, 힘든 환경에서도 자긍심을 가지려는 모습을 그려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김수동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외에도 광산 개발 중인 노동자를 그린 ‘자력갱생’, 임진왜란 당시 평양성 전투를 그린 ‘평양성 싸움’ 등 대형 집체화 6점이 최초로 공개됐다.

광주비엔날레 북한 미술전에 나온 김남훈 작가 등 3명이 광산 개발 작업을 묘사한 ‘자력갱생’. 힘든 노동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의 표정이 밝고 따뜻하다.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광주비엔날레 북한 미술전에 출품된 김인석 작가의 ‘소나기’. 닥종이에 먹으로 채색한 기법으로 북한 인민들의 일상생활을 표현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전시장에는 북한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 갑자기 쏟아진 듯한 소나기를 피하는 풍경을 그린 김인석 작가의 ‘소나기’나 따뜻한 가을날 소풍 나온 여학생들을 그린 최유송 작가의 ‘쉴 참에’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실 안쪽에는 운봉 리재현의 시와 그림이 담긴 문인화와 작가 정영만ㆍ최창호의 ‘금강산’도 나란히 전시돼 있다. 동양 산수화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파도를 묘사한 김성근의 ‘파도’ 등도 눈길을 끈다. 호랑이 눈동자를 그리는 데에만 7시간이 걸렸다는 김철 작가의 ‘범’은 호랑이가 당장 전시장으로 뛰쳐나올 것 같이 생생하다. 개념 미술 일색인 현대 미술 흐름에서 북한 미술은 대중이 알기 쉬운 사실적 내용을 묘사해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이번 전시는 중국 베이징의 만수대창작사미술관장 소장품 15점 등 국내외에서 22점을 모아 성사됐다. 문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북한의 주제화, 산수화, 문인화, 동물화 등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72년간 폐쇄된 환경에서 발전해온 북한만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면서 “분단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북한 미술의 생생한 실체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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