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미 중재안 마련 몰두

정의용 “北, 비핵화 해결 과정서
남측 역할 많이 기대하고 있어
정상회담서 구체 방안 논의 전망”
또 다른 한축 ‘판문점 선언 이행’
남북ㆍ북미관계 선순환 구상 반영
GP시범철수 등 군사합의 가능성
美의 ‘남북관계 과속’ 우려 반영
경협 논의는 후순위로 밀린 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전날 방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4ㆍ27 판문점 선언 이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서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정상회담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북미 양쪽의 입장을 절충한 중재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한다는 방침이다.

대북 특별사절대표단 자격으로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접견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의 점검과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한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다. 북미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에서 남한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도 남측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 평양에 방문하시게 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간 협력, 구체적 방안에 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 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1ㆍ2차 정상회담 때보다 강한 톤으로 비핵화 중재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 방향 확인’을 정상회담 의제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설정한 것은 북미대화 진전과 별개로 남북관계는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이뤄낸다는 구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특히 3차 정상회담에선 군사 분야에서 구체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정 실장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 계기에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춰 7월 31일 열린 제9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감시초소(GP) 시범철수, DMZ 내 6ㆍ25 전사자 공동유해발굴 등에서 결과물을 낼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북한 철도ㆍ도로 현대화를 비롯한 경제협력 사업은 일단 3차 회담 의제에서 빠지거나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당초 이번 특사단 방북에서 북한 경제 전략과 연계한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날 정 실장의 방북 결과 발표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사단이 올라가서 경협의 기역(ㄱ)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 측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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