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대화의 희열’ 진행 맡은 유희열

“누구와 얘기 해도 들을거리 있어
궁금한 방향이 남과 다른 게 장점
이국종 교수에겐 왜 안 웃냐 물었죠
더디지만 신작 준비 하고 있어요”
가수 유희열은 학구파다. KBS 새 예능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 등을 진행하는 그는 100페이지가 넘는 초대손님 자료를 꼭 읽고 녹화에 임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의 외모를 보고 MC로 뽑았다고 했다. KBS 제공

가수 유희열(47)은 진지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데 선수였다. “제가 왜 양현석과 박진영을 만나야 하죠? 불쾌한데요 질문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카페에서 열린 KBS2 새 토크쇼 ‘대화의 희열’ 기자 간담회.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유희열이 초대손님으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함께 심사를 봤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ㆍ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섭외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었다. 유희열은 정색까지 하며 위악을 부렸다.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쉰을 바라보는 몸에 악동의 입. 세련되면서도 때론 저질스러운 입담의 소유자인 유희열이 마이크를 잡는 곳엔 묘하게 생기가 돈다.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있고 태도가 좋은 친구가 있다면 전 태도가 좋은 친구를 골라요. 왜냐하면 함께할 시간이 길기 때문에.” ‘K팝스타’로 인간적인 모습까지 주목받으면서 유희열을 찾는 방송도 부쩍 많아졌다.

유희열은 오는 8일 ‘대화의 희열’과 21일 tvN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가수라는 본업이 민망할 정도로 방송인으로 더 바쁘다. TV의 주말을 책임지게 된 유희열이라니. 1990년대 후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유희열의 FM 음악도시’만 진행하고 TV 외출을 꺼리며 음지를 자처했던 유희열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선 행보일 수밖에 없다. “부담도 되고 벅차요. 그래서 헬스클럽도 열심히 다니고 있고요.” 유희열은 농담 뒤에 속내를 보였다.

“저도 고민하고 있어요. 너무 방송을 많이 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2009년 KBS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처음 방송을 시작해 10여 년을 이어오며 인간 관계가 쌓이더라고요. 동료와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방송에 더) 발을 담그게 됐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유희열은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도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안 한다. 온라인에선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지만, 그는 늘 사람을 그리워하고 가까이했다. 유희열은 1999년 낸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첫 장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어김없이 하나의 풍경이 만들어진다. 그 풍경은 뒷모습처럼 남겨지기 마련이다’.

인연을 중시하는 유희열은 “누구와 얘길 해도 들을 거리가 있다”고 믿는다. 최근엔 ‘대화의 희열’ 제작진과 찾은 일식집에서 회를 썰어 주는 사장님 얘기에 넋이 빠졌다고 했다. 그래서 유희열은 토크쇼에 애착이 크다. 궁금함의 방향이 남들과 다른 게 장점이다.

“‘대화의 희열’에서 이국종 교수를 만났어요. 그 때 ‘그런데 왜 안 웃으세요?’라고 물었죠. 전 그분을 뉴스 같은 곳에서 보면서 그게 궁금했거든요.”

프로젝트 그룹 토이 유희열의 2000년대 활동 모습. 10여 년이 흘러 안테나뮤직의 대표가 된 그는 대중성 보다 이진아, 정승환 등 후배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곡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토이 1집을 낸 하나음악 시절, 작곡가 조동진과 조동익으로부터 음악적 개성을 지지 받았던 것처럼.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송에서의 외향적인 모습과 달리 음악 속 유희열은 늘 수줍다. 1994년에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 토이에서 그는 자전거를 타고 빵집에 들러 냄새 좋은 빵을 산 뒤 여자친구를 밤새 외워둔 얘기로 웃길 수 있는(노래 ‘내가 남자 친구라면’) 사내다.

유약하면서도 우아함을 즐기는 ‘토이남’도 유희열의 반쪽이다. 또래 친구들이 홍콩 누아르 영화에 빠져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닐 때 유희열은 TV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커튼으로 옷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복집 아들’로 불리며 중1 때 받은 세뱃돈으로 하늘색 세고비아 기타를 사 음악에 빠졌던 소년 유희열의 얘기다. 유희열은 남의 얘기는 누구보다 잘 들어주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사내에게 음악은 진심을 꺼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2014년 7집 ‘다 카포’를 낸 지도 4년이 지났다. 어느덧 중년이 된 토이남은 누구나 쉽게 따라 칠 수 있는 피아노 연주곡을 몇 개 써뒀다. 올 봄 일본 NHK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해서였다고. 하지만 신작 얘기가 나오자 유희열은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외 갈 때 공항에서 직업란에 아직도 꿋꿋이 뮤지션이라고 적거든요. 음악 작업이 워낙 더뎌 정말 부끄럽지만요. 안 그래도 딸이 갑자기 ‘아빠 음악 안 해? 멋있었는데’ 라고 해 머쓱하기도 하더라고요. 신작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토이 정규 음반이 먼저 일지 피아노 연주곡을 담은 소품집이 먼저 일진 모르겠지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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