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로 유명한 아이소포스(이솝은 영어식 표기)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기원전 6세기의 노예였다. 당시에도 동물 등을 등장시킨 우화를 지어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읽히는 약 200편의 이솝 우화가 모두 그의 창작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화 중에는 그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아시아 설화와 유사한 내용도 있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우화집이 후대에 편집된 것이어서 이야기가 추가됐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 주로 친근한 동물을 등장시켜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려던 목적인 이 우화 가운데 “욕심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어느 날 농부는 키우던 거위가 황금알을 낳은 것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매일 하나씩 거위가 황금알을 낳은 덕분에 금세 부자가 되었지만 한꺼번에 더 많은 황금을 얻으려고 거위 배를 갈랐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이 우화를 과학적으로 해명해 보려고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다.

▦ 아시모프는 미국의 SF 월간지 ‘어스타운딩(Astounding)’ 1956년 9월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텍사스에서 거위가 이상한 알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농무부 소속 과학자가 수거해 분석한다. 이솝 우화 같은 금덩어리는 아닌데 알 껍질 안에 평균 두께 2.1㎜의 황금층이 있고 그 안에 보통의 알 성분이 있는 형태였다. 연구 결과 이 거위는 간에서 알 수 없는 효소의 작용으로 체내 산소를 금으로 합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 놀랍게도 거위는 체내로 들어온 모든 방사능을 흡수해 무해한 것으로 만드는 능력도 있었다. 황금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발견이다.

▦ 일본 연구진이 배아에 ‘인터페론β’ 생산 유전자를 주입해 부화한 수탉과 야생 암탉을 교배시켜 낳은 알 하나에 30~60㎎의 ‘인터페론β’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인터페론β’는 암 치료 등에 쓰는데 생산비가 비싸 이만한 양이면 최대 30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거위나 닭이 낳은 알이 온통 황금이어서 230돈쭝쯤 된다고 해도 시세로 3,670만원 남짓이다. 현실이 우화를 뛰어넘는 세상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