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임종헌 당시 사무실 등은 영장 기각

강제징용 재판거래 관련 곽병훈 전 비서관 소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법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대법원이 압수수색 당한 것은 처음이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된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6일 대법원 재무담당관실, 예산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행정처 예산담당관은 기조실장의 지휘ㆍ통제를 받는다.

행정처는 2015년에 신설된 ‘각급법원공보관실운영비’를 현금 인출하고 허위증빙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금은 2015년 3월 양 전 대법원장 주재로 여수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에게 격려금·대외활동비 명목으로 전달됐다.

다만 압수수색은 대법원 일반직 직원들의 사무실에 한정됐으며, 박병대 행정처장, 강형주 행정처 차장, 임종헌 기획조정실장 등 전직 법관들의 당시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이날 오전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2015년 2월~2016년 5월 재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곽 비서관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행정처와 세부계획을 협의했냐’ ‘특허소송 기록을 행정처에서 받거나 요청한 적 있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는 대로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곤 조사실로 향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변호사(2011년 2월~2015년 1월)를 거쳤던 곽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특허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곽 전 비서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시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세부 계획을 행정처 측과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교부가 대법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자, 외교부 국장을 불러 독촉하는 등 외교부를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앤장 출신인 곽 전 비서관이 일본 전범기업 대리인 측과 접촉해 소송과정을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앤장도 관련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을 대리했다.

곽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맡던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행정처로부터 재판 진행 상황과 계획 문건을 요구하고 전달받은 의혹도 있다. 당시 행정처는 소송 상대방을 대리한 법무법인의 특허사건 수임 내역과 순위 등 정보를 불법 수집해 법무비서관실에 넘겼다. 실제 해당 법무법인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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