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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딩거 밀맥주 맛의 비결은 130년 전통의 양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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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딩거 밀맥주 맛의 비결은 130년 전통의 양조법”

입력
2018.09.06 15:28
수정
2018.09.06 22:3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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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맥주회사 독일 ‘에딩거’

맥아 홉 효모 물만 사용

병 안에서 추가 숙성 위해

효모 주입 뒤 2차 발효

특별함 지키기 위해

기업공개 않고 가족경영

독일 에르딩에서 개막한 에딩거 헤르프스트페스트 행사장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일 에르딩에서 개막한 에딩거 헤르프스트페스트 행사장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지난달 31일 오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주도 뮌헨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인구 3만의 한적한 소도시 에르딩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거점을 둔 독일의 대표적 밀맥주 브랜드 에딩거가 주최하는 가을 축제인 ‘제78회 헤르프스트페스트’에 인파들이 몰려들면서다. 시청 인근 슈라넨광장은 이른 오후부터 바이에른 지역 전통 의상인 레더호젠(양이나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무릎길이 반바지)과 던들(허리를 꽉 조이고 그 아래는 넓게 퍼지는 드레스)을 입은 사람들이 에딩거 맥주잔을 들고 가을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전날부터 내린 비가 온종일 이어져 쌀쌀했지만, 시내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 행렬과 함께 축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오후 4시 30분 막스 고츠 에르딩 시장의 개회 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문을 연 대형 맥주 텐트는 금세 5,000명 이상이 가득 채우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로컬 밴드의 공연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기저기서 의자 위에 올라선 채 노래를 따라 부르고 1ℓ짜리 잔을 부딪치며 ‘프로스트(Prostㆍ건배)’를 외쳤다. 에딩거 본사의 발트라우드 카이저 수출 부문 이사는 “9일까지 열흘간 축제가 열리는데 매년 2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와 달리 추수감사절 축제처럼 가족적인 분위기고 지역 전통축제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에르딩에서 열린 에딩거 헤르프스트페스트 개막에 앞서 축제에 쓰이게 될 맥주를 실은 마차가 퍼레이드 행렬을 이끌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일 에르딩에서 열린 에딩거 헤르프스트페스트 개막에 앞서 축제에 쓰이게 될 맥주를 실은 마차가 퍼레이드 행렬을 이끌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kave@hankookilbo.com

세계에서 가장 큰 밀맥주 공장을 가진 에딩거는 에르딩 주민들의 최고 자랑거리다. 지난해 1억8,000만ℓ의 맥주를 생산했는데 330㎖ 용량 기준으로 하루 평균 150만병을 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이날 방문한 에딩거 공장에선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자동화된 공정 때문인지 근무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장 내부를 안내한 디트리흐 바이샤씨는 “전체 직원은 530여명인데 10년 이상 근속 직원이 대부분”이라면서 “최근 2, 3년간 생산설비 현대화에 5,000만유로 이상을 투자해 맥주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도 물이나 전기 등의 소비는 30% 이상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카이저 이사는 “에딩거는 현대적인 첨단 설비와 전통 양조법으로 만든 맥주”라고 강조했다.

에르딩에서 1886년 설립된 에딩거는 베르너 브롬바흐 현 대표의 부친인 프란츠 브롬바흐가 1935년 양조장을 인수한 뒤 1949년 ‘에딩거’라는 명칭을 붙이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35년 당시 연간 35만ℓ 규모였던 양조량은 1965년 400만ℓ, 1977년 2,250만ℓ로 확대됐고 1983년 시내 중심에서 외곽으로 공장을 옮긴 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1990년 1억ℓ를 돌파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 맥주 회사로 성장했지만 에딩거는 브롬바흐 가족 소유의 회사다. 회사가 독일을 넘어 유럽,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끊임 없이 여러 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브롬바흐 대표는 가족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에딩거가 독일을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밀맥주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고집에 있다. 독일 바이에른 정부가 1516년 공포한 ‘맥주순수령’에 따라 맥아, 홉, 효모, 물을 제외한 다른 물질을 절대 넣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카이저 이사는 “에딩거만의 특별함을 지키기 위해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 가족 소유 회사로 유지하고 있다”며 “맥주를 여기 에르딩 공장 한 곳에서만 만드는 것도 130년 전통의 레시피에 따라 품질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에딩거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자랑거리는 맥주를 병입한 후 거치는 추가 발효 과정이다. 에딩거는 샴페인처럼 술이 병 안에서 더욱 숙성될 수 있도록 효모를 주입한 뒤 저온 상태의 저장고에서 맥주 종류에 따라 3, 4주 정도 후숙 발효 과정을 거친다. 카이저 이사는 “요즘 맥주는 맥주병에서 후숙 발효를 거치지 않고 탱크에서 발효하지만 우리는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들더라도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에르딩 에딩거 공장에서 투어 안내자인 디트리흐 바이샤씨가 에딩거에 들어가는 맥주 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독일 에르딩 에딩거 공장에서 투어 안내자인 디트리흐 바이샤씨가 에딩거에 들어가는 맥주 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kave@hankookilbo.com

흔히 에딩거 하면 밀맥주(바이스비어)만 떠올리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에 따라 무알콜 맥주를 비롯해 흑밀맥주 둥켈, 전통 바이에른 스타일의 우르바이스, 라거맥주처럼 맑고 투명한 크리스탈 등 10여가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헤르프스트페스트 등 맥주 축제에서만 선보이는 에딩거 옥토버페스트도 있고 여름과 겨울에 한정 생산하는 계절 상품도 있다. 여름 맥주인 좀머바이스는 시원한 청량감과 강렬한 홉 향의 조화가 인상적이었고, 헤르프스트페스트에서 맛본 옥토버페스트는 5.7%의 다소 높은 알코올 함량에도 부드럽고 깔끔한 느낌이 드는 밀맥주였다. 아쉽게도 이들 맥주는 아직 국내에선 공식 유통되지 않는다.

수입맥주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한국은 에딩거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4개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에딩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카이저 이사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에딩거 헤르프스트페스트 같은 행사를 열겠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그는 “에딩거 둥켈이 한국의 김치, 매운 음식, 삼겹살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에딩거는 한국 음식과도 잘 맞는 맥주”라며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에딩거 맥주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별함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딩거의 다양한 맥주 제품들. 왼쪽부터 크리스탈, 라이트, 무알콜, 바이스비어, 우르바이스, 둥켈, 피칸투스, 겨울맥주인 슈네바이스. 에딩거 제공
에딩거의 다양한 맥주 제품들. 왼쪽부터 크리스탈, 라이트, 무알콜, 바이스비어, 우르바이스, 둥켈, 피칸투스, 겨울맥주인 슈네바이스. 에딩거 제공

에르딩(독일)=글ㆍ사진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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