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비’ 직격탄… 日 최악 태풍 피해
고립 한국인 50여명 등 5000명 구조
항공기 운항 재개 시점은 미지수
오사카 시내 식당 예약 취소 잇따라
# 반도체ㆍ의약품 등 산업계도 차질
화물 몰리면 납기 지연 등 불보듯
제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아 일본 간사이공항에 고립됐던 승객들이 5일 오전 인근 육지로 이동하기 위해 특별 수송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공항 측은 이날 오전부터 고속선과 버스를 이용해 고립됐던 사람들을 육지로 탈출시키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제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은 간사이(關西)공항의 기능마비 상태가 5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공항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50여명을 포함한 5,000명에 대한 구조가 진행됐지만, 피해상황 점검 등으로 항공기 운항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지역 내 관광업계를 포함한 산업계는 공항폐쇄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4년 문을 연 간사이공항은 오사카(大阪)만의 인공섬에 건설된 ‘해상공항’이다. 전날 50㎝가량 침수된 A활주로는 해수면으로부터 5m 높이에 있다. 공항 주변을 보호하는 호안(護岸)시설 높이는 약 2.7m로, 난카이(南海)해구 지진 발생 시 예상되는 쓰나미(지진해일) 높이인 1.7m보다 높게 건설됐다. 개항 이후 지반 침하가 진행되면서 여러 차례의 호안시설 증축으로 대비해왔지만, 유례없는 폭우를 동반한 태풍 제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전날 태풍으로 오후 2시18분 수위가 관측사상 최고치인 3m29㎝를 기록하며 침수됐고, 공항과 육지를 잇는 3.8㎞ 길이의 다리마저 통행이 중지됐다. 강풍으로 주변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이 휩쓸리며 다리와 충돌해 일부 파손되는 등 해상공항의 약점이 노출됐다. 항공기 이착륙에 사용되는 통신설비가 침수됐고, 정전에 따른 항공사 시스템 점검, 다리 보수 등으로 복구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공항폐쇄로 인공섬에 갇혔던 5,000여명의 관광객과 직원들은 이날 오전 버스와 배를 통해 육지로 이동했다. 공항 측은 이날 오전 6시쯤부터 110인승 정기편 3편을 15~20분 간격으로 운항하면서 관광객들을 인근 고베(神戸)공항 등으로 수송했다. 일부는 버스를 타고 유조선이 다리와 충돌한 부분의 반대편 도로를 통해 인근 이즈미사노(泉佐野)까지 이동했다.

오사카의 관문인 간사이공항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이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지난해 이용객은 2,880만명으로 올해에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시간 이ㆍ착륙이 가능해 저가 항공사의 증편이 잇따르면서 한국인 이용자수도 2016년 기준 연 163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피해로 지역 관광객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NHK는 이날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道頓堀)의 대형 음식점에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사이공항 폐쇄는 반도체ㆍ의약품 등 동북아 첨단산업 분야의 교역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약 5조6,000억엔(약 56조원) 규모의 국제화물이 이 공항을 통해 운송됐는데, 대부분 반도체와 전자부품, 의약품 등이다.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시에 생산거점을 둔 도시바(東芝)메모리는 복구가 지연될 경우 다른 공항을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나, 수출업체의 화물이 일제히 몰릴 경우 납기 지연 등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태풍에 따른 인명피해는 간사이지방을 중심으로 사망자 11명, 부상자 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국토교통성의 상황보고를 받고, 총리관저 주도로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팀을 꾸려 공항 운영 재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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