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 땐 소송 제기 가능성 높아
원희룡 지사 정부 역할론 촉구
공론조사 공정성 문제 지적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일축
5일 오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364회 제주도의회 1차 정례회 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제주에 들어서는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종적으로 불허가 되면 정부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고현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ㆍ비례대표)은 5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상대로 한 제364회 도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 도정질문을 통해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병원 개설에 반대가 많고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온다면 사업자측이 행정소송과 8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도가 이같은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하면 책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새로운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 JDC, 정부, 해당기업과 합법적인 틀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 ‘정부와 접촉을 해봤느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비공식적으로 다각도의 통로를 통해 타진도 했고 제안이 오간 부분도 있지만 결론은 도출하지는 못했다”며 “쉽게 말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고, 제3의 대안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이든 대안이든 정부가 이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4월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했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12월 도가 신청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복지부는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당시 영리병원과 의료법인 부대사업 허용 등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영리병원 등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 의원은 이날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묻는 공론조사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고 의원은 “공론조사 도민참여단 200명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구성됐는데 찬성과 반대, 유보가 똑같은 비율로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론조사 균형모집에 위배돼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찬성과 반대든 어느 한쪽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찬성과 반대, 유보 등 의견 비율에 맞춰 도민참여단 200명을 선정했다. 다만 도민참여단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 의원은 여론조사 설문문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론조사 전화를 실제로 받았는데 ‘녹지국제병원이 개설되는 경우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할지’와 ‘녹지병원 외 추가로 다른 영리병원이 개설허가를 신청하면 어떻게 할지’를 묻는 문항이 있었다”며 “이같은 질문은 영리병원 허가를 유도하는 편향적인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 지사는 “신고리 원전 공론 심의의 경우 산업자원부 장관은 일체 관여하지 않았듯 전혀 관여한 바 없고, 관련 보고도 받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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