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대학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퇴직금 지급 등 안전망을 강화한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이 마련됐다. 대학 대표와 강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가 교육부 중재로 5개월간의 논의 끝에 도출한 결과다. 이른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용기간이 1년 이상 보장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3년까지 재임용 대상에 포함된다. 방학 중에도 일정한 임금이 지급되며 건강보험과 퇴직금도 보장된다. 대학 강의의 30%를 맡으면서도 ‘보따리 장수’ 취급받던 시간강사들로서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시간강사 문제는 교육계의 오래된 현안이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파행을 거듭했다. 이듬해 국회가 개정 고등교육법을 마련했으나 당사자들의 반발로 시행 시기가 네 차례나 유예됐다. 법을 시행하면 재정 부담을 지게 되는 대학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시간강사들 사이에서도 대량 해고 사태를 우려해 시행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국회가 법 시행을 2019년 1월로 유예하는 대신 개선안을 만들도록 권고하면서 타협의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8만 명에 달하는 시간강사들에게 대학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시간강사 비중이 높은 전문대나 재정이 열악한 일부 사립대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들은 “추가 재정은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에 인건비성 경비를 보조하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행이 미뤄졌던 가장 큰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재정 확보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하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은 개별 대학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남은 기간 책임 의식을 갖고 예산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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