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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통령의 ‘늘공, 어공’ 활용법

입력
2018.09.0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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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공무원을 의미하는 늘공(늘상 공무원)과 정치권ㆍ시민단체ㆍ학계 출신으로 통상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 간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늘공과 어공의 갈등은 동서고금에 다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에겐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처럼 늘공이든, 어공이든 국가발전에 도움만 되면 된다. 대통령은 어떻게 늘공과 어공을 활용해야 할까? 국정과제에 따라 활용법이 달라져야 한다.

첫 번째 유형의 국정과제는 현재의 정책이나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늘공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개선하는 과제에는 담당 늘공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시키면 하는 척만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소득주도성장과 같이 늘공과 어공이 시각 차이를 보이는 국정과제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이 늘공과 어공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경청해야 한다. 어공은 대통령 철학의 5년내 실현을 목표로 하므로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 반면 늘공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목표로 하므로 점진적 개선을 추구한다. 소득주도성장처럼 시장을 존중해야 하는 과제는 어공과 늘공의 시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두 세력 간 갈등은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건강한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대통령은 이해관계가 아니라 시각 차이로 인해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늘공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혁신성장과 같이 늘공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국정과제다. 혁신성장에는 규제완화, 지출 구조조정 등 정부역할 축소, 민간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개혁은 소득주도성장과 같이 시각차이를 유발하는 두 번째 유형이 많았다. 앞으론 주무 부처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세 번째 유형의 개혁도 많아져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가장 어렵다는 점이다. 각 부처의 늘공은 어공이 현실도 모르고 밀어붙인다고 반발한다. 사실 늘공이 규제완화 시 큰일 나는 이유를 들이대면 청와대는 움찔하게 된다. 자칫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져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물러서게 된다. 그간 규제완화가 부진했던 배경이다. 그래서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대통령은 늘공 내에 청와대 지원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감사원 등 중앙관리부처가 핵심이다. 이들은 타 부처를 관리한 경험이 많아 청와대의 전문성을 메워 줄 수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해서 권한 약화에 저항하는 각 부처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는 이러한 추진체계가 약하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시각 차이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논쟁하되, 규제개혁 등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협력하길 바란다.

청와대의 전문성은 개방형 제도로부터 수혈할 수 있다. 이는 부처의 실국장 자리를 공개 모집하거나 민간 스카우트를 통해 적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이러한 자리에 추진력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적극 발탁해야 한다. 청와대에선 대통령과 이념을 공유하는 동지형 어공이 끌고, 부처에선 전문가형 어공이 미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현 정부에선 끄는 사람만 있고 부처 안에서 미는 사람이 없다. 나아가 개방형 제도가 효과적이려면 규제와 예산 권한이 큰 자리가 개방돼 있어야 한다. 개방 대상 직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간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어공이 우세하다 후반부가 되면 늘공이 힘을 되찾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대통령은 늘공과 어공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늘공도 중앙관리 부처와 주무 부처로 나누어 활용하고, 어공도 캠프 출신 동지형 어공과 전문가형 개방직 어공을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과제 유형에 따라 이들을 적절히 나누어 활용해야 한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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