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는 없다] <26>대구 살인범 밀항 사건

“수사 한계로 미제만 더 쌓여
폐지 확대 신중해야” 지적도
대구 황산테러 사건으로 숨진 김태완군의 어미니 박정숙씨가 2014년 7월 대구지검 앞에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김태완군의 사건을 계기로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박정숙씨 제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공소시효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죠.”

대구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오성환 경사는 1996년 살인을 저지르고 외국으로 밀항 도주한 주모씨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만일 공소시효(살인죄 15년)가 없었다면 주씨는 평생 해외에 도피해 있을 수도 있었던 일. 그랬다면 당연히 범인을 영원히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죄를 지은 지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지는, 즉 처벌을 할 수 없는 공소시효제도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범죄 혐의가 명확한데도 단지 장기간 도피에 성공해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게 과연 사회 정의에 부합하냐는 것이다. 주씨 사건처럼 이례적으로 공소시효 덕분에 범인을 잡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실제는 그보다 더 많은 사건이 공소시효 앞에 무력해질 때가 많다.

이 같은 여론 덕에 공소시효는 점차 폐지되는 추세다. 2015년 ‘태완이법’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에서 학원에 가던 김태완(6)군에게 황산을 붓고 달아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은 수사당국이 범인을 잡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14년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경찰이 초동 수사에 미흡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김군 부모가 용의자를 지목하면서 2013년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무산됐다. 범인을 잡아도 처벌을 할 수 없는 영구미제 사건이 된 것이다.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실제 주요 장기미제 사건들이 속속 해결되기도 했다. 2001년 6월 경기 용인시 '교수 부인 살인’, 2001년 2월 전남 나주시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 등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언젠가는 범인이 잡힌다는 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소시효 폐지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역량의 한계로 인해 미제 사건만 쌓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행 범죄에 대해선 오히려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공소시효 전면 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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