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옥외 주차장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주민들은 사고가 나기 10여일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는데도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일 중부지역에 최고 1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사고 전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고 전날인) 30일 오후 8시부터 쇠 소리가, 빔 넘어지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났었다. 공사하는 줄 알았는데 (옥외 주차장 둘레에 쳐놓은) 빔이 부러지면서 하나씩 넘어지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사고 8시간여 전에 철제 구조물이 파손되면서 큰 소리를 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고, 이내 주차장 바닥이 가로 30m, 세로 10m 크기로 꺼진 것이다.

징후는 그 전에도 있었다. A씨는 “20일 주차장 화단 쪽에 금이 간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22일 (구청에) 공문을 보냈다. 31일 건축과에서 안전진단을 나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위험을 알린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구청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셈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 38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땅이 꺼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내린 강한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아파트 인근 공사장과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지반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 서울시, 금천구가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 이상 징후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아파트에 다시 들어가도 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A씨는 “단시일에 검사를 해 안전하다는 것을 못 믿겠다. 오늘 150㎜ 정도 중부지방에 비가 내린다는데 (지하의) 토사가 유실되면 2차 사고가 날 거 아닌가”라면서 “저희들이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고로 대피한 아파트 3개 동 주민 중 집으로 들어간 사람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하던 아파트 주차장 바닥이 왜 꺼진 것일까. 아파트 바로 옆에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대우건설은 “현장 흙막이 벽채 붕괴로 인한 책임을 인정한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흙막이 벽이 무너진 한 번의 사고보다는 전반적으로 부실한 토목공사와 공사 관리가 원인이라고 이 방송을 통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원인은) 부실한 토목공사라고 보면 된다”면서 “이 지역은 (지반이) 편마암으로 이뤄진 아주 취약한 지역이어서 설계할 때부터 조사를 촘촘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피스텔 공사 현장의 흙막이 벽 안팎과 사고가 난 아파트에 설치해놓은 계측기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는 등 “공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교수는 신축건물 공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 노후 건물의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상 징후를 파악해 신속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를 하소연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이 필요한데 그런 조직이 없다”면서 “지역마다 대학 교수, 설계사 등 전문가들로 재난에 대비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불안함을 빨리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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