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슨 호주 총리 인도네시아 방문
조코위 대통령과 정상회담서 합의
경제적 이득보다 군사적 필요성 커
안보ㆍ외교 정례 협의체 가동하기로
스콧 모리슨(왼쪽) 호주 총리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현지시간) 자바 서쪽 보고르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보고르=AP 연합뉴스

“호주는 인도네시아를 가장 두려워한다. 일종의 주적(主敵)이다.”

호주 외교가에서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호주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적극 참여해 분쟁지역에 군대를 보내는 것도 인도네시아의 도발에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국력의 1차 척도인 인구에서 호주는 인도네시아에 압도당한다. 호주는 2,500만명에 불과한데, 좁은 바다를 두고 마주한 인도네시아 인구는 그 10배가 넘는 2억7,000만명이다. 인구 대비 땅이 너무 넓어 유사시 호주는 인도네시아와 접한 해안선조차 지키기 버거운 형편이다. 유독 인도네시아를 경계하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에 2006년 호주가 군대를 파병했을 때는 양국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앙숙’인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손을 잡았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잠정 합의했다. 양국은 올해 안에 최종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취임 1주일 만에 해외순방에 나선 모리슨 총리의 첫 성과이자, 최근 10년간 인도네시아가 체결한 유일한 FTA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껄끄러운 관계였던 만큼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현재 경제협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는 164억 호주달러(약 13조원)에 머물고 있다. 호주의 대인도네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의 1.9%에 불과하고, 인도네시아에도 호주는 수출국 순위에서 10위에 머물고 있다. 2007년 FTA 논의가 있었지만 호주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스파이 행위 논란으로 틀어지는 등 좀체 경제 협력 수준을 높일 기회를 찾지 못해 왔다.

교착 상태였던 두 나라의 FTA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최근 군사ㆍ안보적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FTA가 체결되면 호주는 냉동육ㆍ소ㆍ양ㆍ사료용 곡물 분야에서, 인도네시아는 의류ㆍ자동차 교역에서 이득이 예상되지만 당장 양국의 경제 상황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군사ㆍ외교ㆍ안보적으로 서로를 이전보다 훨씬 필요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는 자본 유출과 터키ㆍ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 등으로 루피아화 가치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서방 선진국인 호주와의 FTA 체결은 위기 탈출의 교두보나 다름없다. 남중국해로 밀고 내려오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 2012년부터 미국, 일본, 인도와 다이아몬드 모양의 안보협력 벨트를 가동 중인 호주에도 ‘인도네시아=우군’인 구도가 절실하다.

이런 군사ㆍ안보적 배경 때문일까. 양국 정상은 안보와 외교 사안까지 동시에 다루는 정례 협의체를 가동키로 합의했다. 모리슨 총리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열려 있고, 투명하고, 포괄적이며, 강압에 저항하는 지역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범과 국제법의 가치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남중국해에서 배타적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다. 외부의 적에 맞서 과거의 적이 친구가 된 셈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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