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구매 늦추는 심리 탓
AR-15 등 판매 절반으로 줄어
중간선거 결과에 매출 갈릴 듯
대형 총기 난사 사건에서 범행 무기로 이용돼 총기 규제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AR-15. AP 연합뉴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총기 업체들이 되레 트럼프 정부 들어 총기 판매고가 부진한 ‘트럼프 슬럼프’를 맞고 있다. 특히 총기 소비자들 사이에선 베스트셀러 상품인 동시에 총기 규제론자들에겐 악명 높은 반자동 소총 AR-15의 판매가 뚝 떨어져 관련 업체들의 수익이 크게 준 것이다.

지난해 10월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올해 2월 발생한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난사 사건에서 범행 무기로 사용돼 총기 규제의 표적이 되고 있는 AR-15의 판매가 줄어든 것은 잇단 총기 사건에 따른 사회적 경각심 때문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에선 총기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총기 소비자들의 느긋함 때문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총기제조업체인 스텀 루거는 올해 전반기 순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13.5% 떨어졌고 아웃도어브랜즈의 경우 올해 4월말 기준으로 AR-15 등 장총 매출이 전년에 비해 50% 떨어졌다. 또 다른 총기업체 레밍턴 아웃도어는 올해 3월 파산 보호 신청을 낸 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의 총기 판매량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되는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7년 전년에 비해 11%나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5월 미총기협회(NRA) 연례총회에 참석해 “총기 소유자들에게 나 보다 더 든든한 우군은 없다”고 말하는 등 총기 업체로선 어느 때보다 든든한 뒷배를 두고 있지만 정작 매출에선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총기 소비자들의 역설적 구매 관행 때문이다. 총기 규제로 인해 총기 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규제 전에 하나라도 더 사두자는 심리가 확산돼 판매가 급증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총기 난사 사건 뒤에 총기 판매가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총기 규제 논의에 적극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총기 업체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려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의 AR-15 영업 사원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양상은 달라졌다. 올해 2월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17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이 고교 학생들이 전국적인 총기 규제 운동을 이끌긴 했지만, 예년과 달리 총기 판매는 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다 공화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어서 총기 소비자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총기 업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기업체들이 슬럼프 탈출을 위해 신제품 생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11월 중간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소비자들의 사재기 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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