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경제 규제혁신 방안
‘가명정보’ 개념 명확히 하고
상업적 목적 등 활용 범위 확대
빅데이터센터 100곳 구축
AI 학습용 데이터도 집중 투자
중기∙스타트업 1640곳엔
데이터 구매용 바우처 지급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의 연료로 쓰이는 ‘21세기 원유’에 곧잘 비유된다. 각종 데이터가 불러 일으킬 경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를 완화하고 빅데이터 분석, AI 기술 개발 등에 1조원 등 내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금유위원회 등 4개 부처는 31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데이터 경제 규제혁신ㆍ산업육성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동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개인정보 규제 수준이 높은데다, 기술 고도화 등을 위해 활용할 데이터의 양도 절대 부족하다. 개방돼 있는 공공데이터가 2만5,000개로 미국(23만3,000개), 영국(4만4,000개)에 비해 턱없이 적고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주요 63개국 중 56위에 그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도 7.5%에 불과해 데이터 경쟁력도 매우 낮다.

이에 정부는 먼저 법으로 보호되는 ‘개인정보’에서 정보의 주체를 특정할 수 없도록 가공된 이른바 ‘가명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를 기업 등이 이용할 수 있는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통계작성, 학술연구뿐 아니라 상업적 목적에도 쓰일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가명정보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경우, 처리중지 및 삭제 조치를 의무화하고 고의로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든 경우엔 형사처벌과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추가 정보를 활용해도 정보 주체를 추정할 수 없는 ‘익명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적더라도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필수로 받아야 하는데, 스마트시티 무인차 드론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위치정보는 사전 동의를 면제하도록 개선한다. 정부는 관련 법안들을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만드는 데에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800억원을 투입해 분야별 빅데이터센터를 100곳 구축하고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는 195억원이 투자된다.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기업, 기관에서 내려받거나 다른 기관 등으로 이동을 요청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올해 금융ㆍ통신 분야에서 추진하고 내년에는 100억원을 들여 적용 산업을 확대한다.

내년 1,640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는 데이터 구매ㆍ가공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고 2022년까지 500개 전통 중소기업에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을 매칭해 준다. 이번 육성 방안으로 빅데이터 활용 기술력을 선진국의 90%로 끌어올리고 청년인재 교육, 국가기술자격 신설 등을 통해 5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도 덧붙였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다양한 영역에서 생활ㆍ산업을 발전시킬 사례들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령대별, 성별, 시간대별 매출정보 등을 날씨 등 추가 정보와 함께 분석해 보다 정교하게 상권을 분석ㆍ예측하거나, 흩어져 있는 금융 정보에 대한 통합 빅데이터 분석으로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날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는 빅데이터 이용 기업들의 시연이 펼쳐졌고, 현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다. 부동산, 뷰티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 부스를 둘러본 문 대통령은 “현장은 규제혁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신속한 후속 조치로 규제혁신 효과를 느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데이터 구축에서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친 혁신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데이터 이용 과정에서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되거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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