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

2009년 고 장자연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당연히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장씨 통화기록이 검찰청 내부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수사 검사가 변호사 개업 후에도 장씨의 통화기록 복사본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대검 진상조사단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기록이 검찰청에는 없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까요. 통화기록을 가지고 있던 당사자인 박모 전 검사에게 물어봤습니다. 8월 13, 16일 두 차례에 걸쳐서 박 전 검사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장자연씨 통화기록 관련

-변호사님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통화기록이 전부가 맞나

“1년치 전부다. 3월 달에 경찰에서 압수한 이후에 몇 달 동안 수사 지휘하고 검찰에 송치된 뒤에 조사하면서 통화내역을 수시로 봐야 했다. 관련자들이 맞는지. 그 과정에서 CD 아니면 USB에 있던 통신내역 엑셀 파일을 제 컴퓨터로 다운 받아가지고 몇 달 동안 그걸로 작업(수사)을 했다.”

-그러면 그 통화기록을 문서로 뽑아서 검찰청 기록으로 남겼나

“수시로 관련자들 조사하면서 관련되는 것만 발췌해서 출력해서 기록에 첨부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내가 당시 작성했던 피의자 신문조서 등 뒤에 장자연 통화내역 발췌한 게 있으니까 저한테 혹시 파일이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가지고 있던 것을 제출한 것이다.”

-그 발췌된 통화기록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가

“그것은 기록에 있다. 없어졌다는 것은 1년치 전체 통화기록, 엑셀자료고 그 자료와 관련된 분석보고서가 없다는 것이다.”

-통화내역 1년치 전체를 출력해서 검찰청 내 기록으로 남기진 않았나

“통화내역 1년치는 양이 엄청 많다. 그것을 전부다 출력해서 남길 수가 없다. 불가능하다.”

-통화기록 원본 파일을 검찰청에 남기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 건가

“통화기록도 일종의 압수물이기 때문에 압수했으면 압수물은 CD로 구워서 기록에 편철하거나 아니면 USB에 담아서 편철 해야 한다.”

-통화내역 수사 분석보고서도 없어졌다는 것인가

“경찰에서 수사보고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은 거다. 특이한 사항이 없으니까, 기록으로 남길만한 분석 내용이 없으니까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원본 파일(CD나 USB)은 왜 없어졌을까

“보관과정에서 분실됐겠죠. 저도 이해가 안 된다. 진상조사단에 가서도 말했는데 그게 초기 압수했었고 기본 자료인데 그걸 누가 빠뜨릴 수가 없다고 이야기 했었다.”

-기록들을 검찰 창고로 넘길 때 직접 하신 게 맞나

“기록 보관은 보존계가 있으니까 직원들이 한다. 직원들이 가져가서 하는 것이다.”

-왜 가지고 나왔나

“3~8월까지 수사 지휘하고 조사하려면 어떤 내용이 필요할 것 아닌가. 사람을 조사할 때는 단서가 필요하니까 몇 달 동안 봐야 하니까 일일이 꺼내서 보기 어려워서, 그래서 복사해서 수시로 본 거다.”

-장자연 통화기록 CD만 없어졌나, 아니면 소속사 김모 대표 등의 통화기록도 같이 없어졌나

“그건 잘 모르겠다. 진상조사단에 물어보시라.”

(*이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문의했으나 진상조사단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사장 아들과 장자연씨가 통화한 내역이 있었는데, 경찰에서 뺐다는 의혹이 보도된적 있는데

“뺄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압수한 내용대로 CD에 구워서 보는 건데.”

-경찰에서 그 부분만 엑셀에서 삭제한 다음에 검찰에 넘기면 검사는 알 방법이 없지 않나

“그런데 내가 그 파일을 받은 것이 수사 초기다. 3월 말 정도에는 조선일보 사장 아들이니 뭐니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때 이미 경찰이 그 사람만 특정해서 뺀다는 것은 좀…”

-검사님이 통신사에서 받은 게 아니라 경찰 통해서 받으신 것 아닌가

“그렇다. 경찰 기록에 있던 것을 받은 거니까.”

-USB로 받으셨나, CD로 받으셨나

“CD같다. 그 당시에는”

◆조모 전 조선일보 기자의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 관련

(*2009년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가 올해 재수사에서 조씨가 기소됐습니다)

-2009년 조씨 수사할 때 공정하게 하셨다고 말씀하신 걸로 아는데, 그 분의 부인이 장모 검사라는 것은 수사팀이 알고 있었나

“알았다. 그 당시에 장 검사는 일본 유학 중이었을 것이다. 장 검사가 수사팀에 부탁한 것도 없고 부탁한다고 들어줄 것도 아니다. 부인이 검사라고 봐주는 게 상식에 안 맞지 않나.”

◆수사 중 외압이 있었는지 관련

-진상조사단에서 무엇을 주로 물어보았나

“이것 저것 물어봤는데 주로 조선일보 관련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압력 받았는지, 조선일보 기자가 찾아왔는지 그런 질문이었나

“네. 실제로 압력 받은 게 없으니까 저는.”

-임정혁 당시 성남지청장,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님이 압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죠?

“그건 알 수 없죠 제가.”

-윗선에서 지시를 하면서도 압력 받았다는 말을 안 했을 수 있지 않나

“그 분들한테 제가 이렇게 해라, 바꾸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당시 수사 검사의 설명을 들어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죠? 취재한 저도 답답합니다. 임정혁 당시 지청장은 기자의 전화를 받고 “허허허, 죄송합니다”라고 끊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해당 변호사 사무실은 장자연씨 취재 때문에 문의하고 싶다고 하면 응대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통신사의 보관기한이 끝나 장씨 통화기록은 원본을 확보할 수 없으니, 박 전 검사가 진상조사단에 제출한 통화내역이 훼손되지 않았는지도 밝히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장자연씨 사건은 실체가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래된 사안이고, 피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로서 연루자들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하면 진술이 엇갈리거나 발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어 낙담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설명을 믿었다가도, 그 사람의 거짓말에 내가 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지요. 그러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모은 조각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 조각들이 전체를 그려낼 수는 없다고 해도, 노력은 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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