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사진 찍는 정택용씨
“사진 쌓일수록 타협 없다는 것
밑에서 지켜보는 이도 가슴 아파”
2008년 5월 26일 서울 구로역 광장 CCTV탑에 오른 기륭전자 노조 조합원이 "직접 고용, 정규직화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집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에 수록된 사진이다. 정택용 작가 제공

“어디든 올라야만 했던 이들이야말로, 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현장사진가인 정택용(42) 작가는 우리 사회의 숱한 분투 현장을 지킨 목격자이자 기록자다. 2005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을 시작으로 고공농성, 장외농성의 현장을 오롯이 담았다. 조세희 소설가는 그를 “저러다 영영 말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하는 청년”으로 기억한다. 묵묵한 그였지만 사람들은 사진으로 그를 기억했다. 용역경비나 경찰들의 폭력 진압이 예상되면 노동자들은 그부터 찾았다.

2010년에는 기륭전자 투쟁 기록을 담은 첫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펴냈다. 2016년에는 고공농성과 장외농성을 다룬 사진집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오월의 봄)을 냈다. 그는 이들 사진을 “불편함을 담은 면죄 받을 수 없는 면죄부, 잠을 기릴 수 없는 사람들이 준 불편함을 모아 진실한 잠을 바라며 눈치도 없이 엮은 잠의 송”이라고 불렀다. 노동자들 얘기가 더 담겨야 할 지면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한 그의 얘길 조금 청해 들었다.

정택용 작가의 카메라는 2005년 이후 줄곧 "곤두박질치는 삶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늘로 오를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오롯이 담아 왔다. 정택용 작가 제공

농성 현장을 찾게 한 첫 풍경은 2005년 기륭전자 철문 앞이었다. 정 작가는 “서울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공단의 기륭전자 철문 앞은 2000년대의 풍경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며 “현대사 책에서나 봤던 7,8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 모습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참담한 현장에서 사진 찍는 것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외면하기 힘든 일”이 됐다.

베테랑인 그에게도 현장은 늘 조심스러웠다. 프리랜서인 터라 ‘어디서 왔냐’는 질문엔 항상 난감했다. 날카로워진 노동자들의 의구심은 당연했지만 속을 시원히 풀어줄 만한 답은 할 수가 없었다.

“가끔은 사측이나 경찰로 의심하는 상황도 겪어야 했는데 충분히 그럴만했죠. 사진 찍는 행위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눈에 많이 띄니까요. 힘든 현장에서 ‘사진이나 찍는’ 행위가 마냥 좋게만 보이리라는 법은 없다고도 느꼈어요. 싸우고 있는 분들의 신경을 쓰게 할까 항상 걱정했습니다. 얼마나 의도한 대로 됐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만.”

사진집의 제목으로 꼽은 두 단어, 고공농성과 한뎃잠은 그에게 “절박함의 상징”이다. “기자회견, 집회, 점거, 농성, 단식. 아무리 해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는 악에 받쳐 사생결단의 각오로 하늘에 오르게 되는 것 같다”는 것. 또 “오르는 사람도 고통이지만 밑에서 지켜주는 사람도 함께 고생인 투쟁이 고공농성”이라고 했다.

“날이 지날수록 지켜보는 사람의 가슴은 타들어 가겠지요. 해결돼 무사히 내려오면 좋겠지만 여러 제약과 한계 때문에 별다른 성과 없이 내려올 수밖에 없는 곳의 모습을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죠. 간혹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시민이 지나가면서 욕을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아마 막상 자기 일로 닥치면 그분들도 똑같이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을 알기에 무덤덤하게 넘어갑니다. ‘오죽하면 저희가 이러겠습니까’라고 대답하는 노동자들의 말은 사실이죠. 하고 싶어서 한 뼘 하늘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2011년 3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남문 옆 송전탑에서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에 수록된 사진이다. 정택용 작가 제공

그의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특히 사진이 쌓일수록 고민도 함께 쌓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기자회견 자료, 각종 홍보물, 영상, 영화, 매체 제공, 책 등에서 사진이 십분 활용되곤 있지만, 이를 뿌듯해 하기엔 문제 자체의 해결이 요원한 경우가 너무 많다. 그는 “한 번 고공농성을 끝내고 다시 올라가는 곳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 숱한 농성과 단식은 기사에도 잘 나지 않는다”며 “어떤 기대나 바람을 가지고 찍지도 않지만 있었다고 해도 이뤄졌다고 할 수가 없다”고 고민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회장 때문에 제대로 된 복직도 못해보고 청춘을 보냈고, 쌍용차는 9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차리고 있잖아요. 현대·기아차는 대법 판결이 무색하게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전주에서는 또 택시노동자의 고공농성이 곧 1년을 맞습니다. 스타케미칼에서 408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의 기록을 쓴 노동자들이 파인텍으로 옮겨진 회사에서 다시 고공농성 300일을 맞고,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농성은 해결될 기미도 없이 4,200여 일을 훌쩍 넘기고 있잖아요. 사진이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 항상 하는 질문이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최근 관심사를 묻자 시행 20년이 된 파견법을 지목했다. 그는 “파견노동자 보호와 노동유연화라는 이유로 시행됐지만 현실은 저임금 일자리 양산과 정규직과의 차별, 원청의 책임 회피 따위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진집에 실린 현장들 중 상당수가 파견법과 관련된 곳들”이라고 꼬집었다. 조심스러운 화법의 그는 이 문제만큼은 단호히 답했다.

“같은 일, 심지어 더 힘든 일을 하는데 정규직과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고용형태죠. 다른 해결할 문제가 물론 많지만 파견법은 꼭 폐지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한 동안 그의 렌즈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되는 곳은 적은데 새로운 곳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그래도 관심의 반경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 논란 이후로 특히 삶 속에서 ‘녹색의 가치’에도 관심이 간다는 그다. ‘인간의 탐욕’이 할퀴고 간 자리라는 점은 여전하다.

“특히 올 여름 같은 기후 변화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네요.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찍고 있는데 앞으로 더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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