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보상법 일부위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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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 판결 부정 안 했지만
‘잘못된 법률근거 판단’ 결론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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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최고 법원 경쟁심리 영향
개별사건서 위헌성 문제될 때도
헌재 제청하지 않고 하급심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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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에 대한 헌재의 역습” 평가
“4심제 논란 부를 소지” 관측도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 당시 과거사 판결 근거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관 9명이 자리에 착석해 있다. 김주성기자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30일 일부위헌 판단을 내림에 따라 대법원의 ‘최고 법원’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대법원 판결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대법원이 잘못된 법률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30일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이미 생활지원금(보상) 등을 받은 경우 추가로 국가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민주화보상법)’ 조항 등에 대해 ‘일부위헌’ 결정했다. 일부위헌은 심판 대상이 법률 조문의 한 구절 등 일부가 위헌일 때 내리는 결정이다.

대법원의 재판 자체보다 해당 법 조항의 위헌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부분이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포함한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의 일부위헌 결정은 형식적으로는 대법원 판결과 권한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대법원 잘못을 지적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대법원이 기계적 법 해석에 치중한 데 대해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그간 대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위헌성이 문제될 때에도 직접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진 않았다. 논란의 여지가 큰 사건에 대해선 같은 법률과 관계된 별도의 사건에 대해 하급심이 헌재에 제청하도록 하는 ‘편법’을 썼다. 이른바 ‘최고 법원’ 위상을 놓고 헌재와의 미묘한 신경전을 펼친 결과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이원화한 최고법원 체제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의 취지”라면서도 “하지만 어디가 최고법원인가에 대한 대법원의 경쟁 심리 때문에 대법원이 헌재에 위헌 여부를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이러한 관계로 볼 때 이번 결정은 사실상 대법원에 대한 헌재의 역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으로선 쾌히 수용할만한 결정은 아니다. 실제로 대법원 관계자는 “이 문제가 일부위헌인지 한정위헌(특정 조문이 전면적인 위헌은 아니지만, 범위를 벗어난 해석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보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을 해석해 개별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법원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헌재는 그간 한정위헌 결정을 자제해 왔고, 법원이 한정위헌으로 이 사건을 판단할 경우 재심을 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그간 “한정위헌은 위헌 결정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헌재가 과거 사례에 비춰 드문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과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는 않았다. 이날 헌재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사건 등이 법률에 반하는지에 대한 심사권은 대법원에, 법률이 헌법에 반하는지에 대한 심사권은 헌재에 둔 현행 사법체계를 긍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판결에 대한 헌재의 일부위헌 결정은 ‘4심제 논란’을 부를 소지가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동순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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