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위치 파악 후 수집
건강상태 짐작해 개인정보 침해”
국정원 인터넷회선 ‘패킷감청’엔
“범죄와 무관한 정보도 수집ㆍ보관”
헌법불합치 결정해 법 개정 필요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주성 기자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사 대상자 진료기록을 제공받는 행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또 국가정보원이 인터넷망에 접근해 범죄 관련자의 접속 정보나 메신저 등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패킷 감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30일 헌재는 철도노조 전직 간부들이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내역 제공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경찰은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노조지도부 소재 파악을 위해 건보공단에 노조지도부가 다닌 병원, 병명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고, 건보공단은 경찰에 이들의 2~3년치 건보 정보를 넘겼다. 그러자 철도노조 간부들은 경찰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경찰은 이미 통신사로부터 위치추적 자료를 받아 관련자 위치를 확인한 상태였다”며 “과거 진료받은 병원과 병명을 안다고 해서 이들의 위치를 곧바로 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찰이 받은 병원 중에는 전문병원도 있어 청구인들의 건강 정보를 짐작할 수도 있었다”며 “2년에서 3년간의 건강정보는 개인의 전체 건강상태에 대한 총체적 정보를 구성할 수도 있어 개인정보 침해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헌재는 문모 목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해 패킷감청을 허용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을 문제 삼아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헌재는 “패킷감청을 하게 되면 인터넷회선을 통해 흐르는 불특정 다수인의 모든 정보가 패킷 형태로 수집돼 수사기관에 그대로 전송된다”며 “다른 통신제한 조치에 비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방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패킷감청 이후 제3자의 정보나 범죄수사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ㆍ보관되고 있지 않는지, 수사기관이 원래 허가받은 목적ㆍ범위 내에서 자료를 이용ㆍ처리하고 있는지를 감독할 법적 장치가 강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조항을 단순위헌 결정해 효력을 즉시 중지시키면 범죄수사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해당 조항 효력을 2020년 3월 31일까지로 한정했다. 국회는 이 기간 전에 헌재 선고 취지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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