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98% 잃은 IS
간부들 건재하고 점조직 많아
IS와 싸우는 시리아반군 HTS
IS와 이념적 차이 크지 않고
붙잡힌 IS대원들 재교육을
국제사회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지난 7월 25일 오전 시리아 남서부 스웨이다시의 한 시장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 잔당 세력의 자살폭탄 테러 공격 현장 모습. 폭발 지점 주변에 있던 차량과 과일, 채소 상자 등이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땅 바닥에 남아 있는 핏자국 흔적이 참혹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IS는 스웨이다시와 인근 마을 등 3곳에서 동시다발 자폭테러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민간인 120여명과 친시리아군, IS 조직원 등 최소 215명이 숨졌다. 최근 수개월간 시리아 정부통제 지역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 참사였다. 스웨이다=EPA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점령에서 해방된 지 14개월이 흘렀다.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도 그해 10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에 의해 함락됐다. 한때 전사 5만명을 거느리며 영국 본토 만한 영토를 통치했던 IS는 이제 영토의 98%를 상실했고, 자칭 ‘국가(state)’로서의 기능도 잃었다. 현재 IS 세력은 이라크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 동부 데르에조르 지방의 소도시 하진, 알부카말 등에 4,000명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IS의 이 마지막 영토에 대한 공세마저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8월27일 친(親)아사드 성향 시리아 언론 ‘알마스다르’는 “시리아군은 알부카말, 알메이야딘 등 시골 변방에 대한 공세, 미국의 지원을 받는 SDF는 IS 거점 도시인 하진 탈환에 각각 여념이 없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동 전문지 ‘알 모니터’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인 미국과 터키가 하진 내 IS에 대한 합동공세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8월 18일에는 IS에 항복을 촉구하는 전단지도 데르에조르 지방에 뿌려졌다. 여기엔 “투항 아니면 죽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작금의 상황 전개로만 볼 때, IS가 ‘영토의 전면 상실’에 이를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물리적인 영토 상실이 반드시 IS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현 영토도 지난해 11월 패배 이후 올해 6월 초 재탈환한 곳이다.

따지고 보면 IS는 지난 1년여간 공격을 멈춘 적이 없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IS의 거점인 하진에는 IS의 ‘최상위 사령관’ 65명이 포진해 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IS 대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8월 27일 새벽 1시 SDF가 장악한 락까에서는 SDF 대원 세 명이 괴한 공격으로 암살당했는데, IS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이보다 1주일 전, 락까 시내를 달리던 미군과 SDF 차량을 공격했던 주체 역시 IS였다. 게다가 락까뿐 아니라 시리아의 다른 무장반군 7만명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들리브 지방에서도 IS의 흔적은 감지된다. 이들리브의 최대 무장반군인 하이얏트 타흐리르 알 샴(HTS)은 8월 21일 “IS 점조직(슬리퍼 셸)을 포착하고 해체시켰다”고 말했다. IS의 보복전이 계속돼 왔음을 반증해 준 대목이다.

그 동안 분석가들은 IS에 군사적 패배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패배’도 안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는 군사작전 과정에서 체포한 IS 대원들의 재교육, 지역사회 융화 등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그런 면에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급진화국제연구센터(ICSR)가 8월20일 공개한 ‘IS 지지세력의 시리아 사회 재통합: 노력과 과제, 도전’ 보고서(이하 ‘ICSR 보고서’)는 시의적절하다. 지난 1년여간 시행된 ‘IS 포로 재교육’의 맹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과 함께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잔당 격퇴 작전을 준비 중인 터키군의 장갑차 행렬이 29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사라키브 지역 고속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사라키브=AFP 연합뉴스

예를 들어 SDF 통치 영토(시리아 북동부)나 다른 무장반군의 영토(시리아 북서부) 내 IS 포로들의 집단 수감 방식은 우려스럽다. 수감자 중에는 IS에 이데올로기적으로 경도되지 않았거나, IS 영토의 피란민 캠프에서 탈출하지 못한 탓에 SDF에 체포된 경우도 많다. 다양한 이념적 층위에 있는 포로들이 이 같은 단일 공간에 갇히게 되면 오히려 급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감시설이 극단주의자를 양산한 경우는 적지 않다. 이라크 내 미군 수용소인 ‘캠프 부카’가 대표적이다.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비롯, 이 곳에서 수감생활을 한 IS 고위 사령관은 9명에 달한다. 오늘날 시리아의 극단주의자 일부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하의 정치범으로 감옥 생활을 하면서 극단주의 사상에 노출됐다.

ICSR 보고서가 분석한 IS 가입 동기도 눈여겨봐야 한다. 시리아 출신 IS 대원 중 사상적 동기가 작용한 이들은 20% 미만에 그쳤다. 다른 동기로는 ▦경제적 보상 ▦안전 보장 ▦IS의 강력한 군사력 등이 꼽혔다. 2014년 IS의 한 해 수입은 20억달러(2조3,000억원)였는데, 대원들에겐 매월 기본급(100달러)에다 주택비, 가족수당 등을 더해 600~700달러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조직(월 50~100달러)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또, IS 영토 내 스파이 활동이 왕성한 탓에 공개적으로 IS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면 신변 보호가 용이하다는 점, IS가 시리아 내 가장 강력한 무장 조직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대안세력으로 비쳐졌던 점 등도 가입 동기로 지목됐다. 동기는 다양했지만 결국 극단주의 조직이 펼친 ‘하나의 우산’ 아래로 모여든 셈이다.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6월 5일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던 영상 메시지 화면. 이후 알바그다디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어 사망설이 제기돼 왔는데, IS는 8월 23일 ‘서방세계 공격’을 촉구하는 그의 육성 연설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음성 메시지 공개는 지난해 9월에 이어 약 11년 만이다. AP 연합뉴스

그러나 이제 그 우산은 거의 사라졌다. 때문에 우산 밑에 있던 이들을 다시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과정은 치밀한 정책과 실행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전쟁 구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리아 상황은 그런 환경의 조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ICSR 보고서의 저자인 하이드 하이드는 트위터에서 “국제사회의 그 누구도 체포된 IS 대원의 재활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IS와의 전쟁, 특히 극단주의 사상과의 전쟁이 만만찮은 건 시리아 반군 진영 내 알카에다 계열 조직의 공고한 입지에도 이유가 있다. 과거의 알누스라 전선에서 지금의 HTS로 이어지는 알카에다 계열 조직들은 다른 무장반군이 꺼려하는 IS 출신 투항자들도 흡수해 왔다. 엄밀히 말해 IS와 시리아 알카에다 계열 간의 이념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후자의 경우, ‘시리아 민족주의 성향’이 있다는 것 정도다. HTS가 대 IS공세에서 IS의 이데올로기와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HTS가 8월 21일 IS 대원 6명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정’에서 사형시켰다고 밝힌 것 역시 이들 간 유사성을 보여주는 한 증표다.

HTS는 현재 반군 7만여명이 몰려 있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방에서 절반 이상의 장악력을 보이는 최대 조직으로, 아사드 정권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이 조직의 수장인 아부 무하마드 알 줄라니는 8월 22일 영상 메시지에서 “적들과 동지들 모두 잘 알 것이다. 우리 HTS가 시리아 수니파의 가장 훌륭한 대변자라는 사실을”이라면서 ‘수니 종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얄궂게도 다음날 IS 지도자 알바그다디의 오디오 성명이 나왔다. 11개월 만에 발표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온 자들이여. 기쁜 소식을 전하노라’라는 제목의 이 성명은 55분간 이어졌다. 여기서 알바그다디는 “IS는 결코 투항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 한 번의 서방 세계 공격이 중동 지역에서의 공격 1,000번과 맞먹는다”라면서 서방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다. IS 수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서방 공격’을 촉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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