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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어
경의선 철도 조사 등 줄줄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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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지지부진한 상황서
경협 등 추진에 美 불만 작용 분석
“北, 경협보다 9ㆍ9절 준비” 시각도
남북철도점검단이 24일 경의선 철도의 북측 연결 구간 중 판문점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이어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까지 당초 이달 안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남북 간 사업이 줄줄이 무산됐다.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남측 열차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개성, 신의주까지 운행하는 방식으로 22~27일 북측 구간을 공동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남측 인원과 열차의 MDL 통행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공동조사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유엔사는 통행 계획 통보 시한을 어겼다는 것을 불허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통행 계획을 적어도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정부가 하루 전 알린 것만 놓고 보면, 유엔사의 불허 조치가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엔사가 그간 통행 계획 승인에서 보여온 융통성을 감안하면, 통보 시한을 이유로 통행을 불허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평가다.

북미 간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데 대해 미국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대북 제재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는) 제재 국면이고, 제재라는 게 복잡한 면이 있다”며 한미 간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연락사무소 개소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일단 연락사무소 개소ㆍ운영을 위한 물자 반입은 남측 상주 인력을 위한 것이라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북 압박 공조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개소식을 진행했다간,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교류ㆍ협력에 제동이 걸린 것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ㆍ9절을 성대하게 기념해야 하는 북한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아무래도 9ㆍ9절 준비로 바빠 다른 일을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며며 “남북 간 추진 중인 사업도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남북은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이달 10~30일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키로 했으나, 13~20일 경의선 도로 조사 진행 후 동해선 도로 조사는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산림 협력 분야 역시 8일 병해충 공동 방제를 위한 금강산 현장 방문을 마쳤지만, 방제 일정은 정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가시적 성과가 급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들을) 빨리 추진하고 싶겠지만, 북한 입장에선 ‘당장 이득이 없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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