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흑산도 찾고 토론회 열어
현지 주민들 “교통기본권
응급수송 위해 반드시 필요”
환경단체 “경제성ㆍ안전성 등
검토 안 돼… 사업자만 이익”
국립공원위, 내달 19일 결정
흑산공항 건설 진행과정. 송정근기자

“흑산도 주민들은 슈퍼마켓이나 목욕탕을 가려고 해도 1박 2일이 걸린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37년간 참고 참아왔다.” (박우량 신안군 군수)

“경제성, 안전성, 환경영향 어떤 것을 고려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업자만 이익이 되는 개발사업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신창현(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바른미래당), 이정미(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흑산 공항건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흑산도 주민 일부는 토론자 구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반대만 하는 토론을 왜 하느냐”고 언성을 높여 토론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날에는 국회 환노위 위원들이 흑산공항 건설공사 예정지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는 등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흑산공항 건설 재심의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의원들과 환경부, 국토부, 전남도,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 등 30여명이 흑산공항 예정지를 방문했다. 신안군 제공

흑산공항 사업주체인 서울지방항공청과 신안군 주민들은 주민들의 교통기본권과 응급수송체계 구축 등을 위해서도 공항 건설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영 서울지방항공청 공항시설국장은 “현재 흑산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은 하루에 네 번만 왕복 운행한다”며 “기상악화 시 대체교통수단이 없어 주민들의 섬 고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흑산도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목포에서 헬리콥터가 출동해 왕복 1시간 이상 걸려 목포로 이송해야 하지만, 공항이 생기면 흑산도에서 목포까지 30분 이내에 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동량 증가, 신규 일자리 창출 등으로 미치는 지역경제의 파급효과도 크다고 주장했다. 환경파괴 우려에 대해서도 박우량 신안군수는 “대체서식지 조성 등으로 철새를 보호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흑산도를 찾은 검은 딱새(왼쪽)와 흑산공항 위치.

반면 환경단체들을 포함한 반대 측 전문가들은 수요과다측정 등 경제성 문제는 물론, 환경영향이나 안전성 평가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돈 의원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특히 취항기종과 활주로 길이 등 가장 중요한 안전성부터 의심받는 상황이라 근본적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주옥 대표는 “공항을 건설하면 선박편 운항이 일 4회에서 2, 3회로 축소돼 주민 편의와 선박회사 영업, 목포 상권에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며 “주민 편의를 위해서는 차라리 여객선공영제를 도입해 편수를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여객선공영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에서 직접 여객선을 운영하는 제도다.

목포한국병원에서 근무하며 닥터헬기로 전남지역 환자를 치료하는 김재혁 항공응급의료협회 정책이사도 항공기를 통한 응급환자 이송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김 이사는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헬기 이송보다 유리한 점이 없다”며 “헬기 착륙장이 없어 이송하지 못하는 섬들을 위해 착륙장을 늘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상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석곤 순천대 산림자원ㆍ조경학부 교수는 사업이 실패했을 때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을, 조우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도한 관광인 ‘오버투어리즘’과 이로 인해 지역특성이 사라지고 지역공동체가 붕괴되는 ‘투어리피티케이션’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20~24일 세 번에 걸쳐 흑산공항의 환경성, 경제성, 안전성에 대한 비공개 전문가 검토 회의를 마친 데 이어 다음달 7일 국회에서 종합토론회를 연 후 19일 재심의를 통해 흑산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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