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보류하며
부동산 가격상승 책임 떠안았는데
“국토부 승인 사업” 강조하자 난감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시민실천운동 발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답답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에 발맞춰 26일 서울 도시계획의 한 축인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보류를 발표, 부동산 가격 상승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와 협력해 새 정책대안을 내놓기는커녕 서울 비강남권 경전철 추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게 시의 시각이다.

서울시가 국토부와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부동산 가격상승 책임을 떠안았는데도, 국토부가 ‘시장 고유 권한’인 도시계획의 또 다른 축까지 흔드는 모양새가 되자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여의도ㆍ용산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며 “일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스터 플랜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에 걸쳐서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구상인데 대규모 개발로만 비춰지니 답답하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전날 김현미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 조기 착공 추진에 대해 “경전철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승인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한 데 대한 반응이다.

앞서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뒤 서울 강ㆍ남북 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체돼온 비강남권 경전철 추진을 시 재정을 투입해 조기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시의 역점사업에 대해 박 시장이 부동산 가격 상승 책임을 뒤집어 쓴 다음날 중앙정부가 제동을 건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시장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책임을 리콴유세계도시상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 등의 발언을 한 자신에게만 돌리는 듯한 중앙 정부에 답답함을 느끼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여의도ㆍ용산은 서울시 도시정비 마스터플랜을 계획대로 한 것인데 부동산 시장에서 확대재생산 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 후 잠실국제복합단지, 창동ㆍ상계 신경제중심단지, 마곡단지, 홍릉 바이오 메디칼 R&D거점을 개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의 수장이 서울을 도시답게 정비하고 관리하는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것을 ‘만악의 근원’처럼 매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자신의 발언이 빌미가 된데 일부 책임 지는 모양새를 보였으면, 중앙정부도 새 정책 대안으로 투기시장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박 시장과 김 장관의 이견은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불씨가 사라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후 청년주택 공급과 관련해 박 시장은 공공임대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생각이지만 국토부는 분양 방식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 관계자는 “도처에 깔린 부동산 폭등 촉매제가 박원순 한 사람이 물러섰다고 모두 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을 넘겨받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와의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시장 가격을 안정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