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알토란벤처스코리아 대표 파트너. 알토란벤처스코리아 제공

요즘 대학생들에게 졸업 후 행로를 물으면 많은 수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다. 안정적인 보수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 준비생 규모는 약 44만 명으로 추정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만 24.5세였다.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7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3만6,662명이 지원했다. 770명 선발 예정이니 경쟁률은 47.6대1에 달한다. 한편에서는 “청년들이 꿈도 없이 공무원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청년들은 “공무원만 바라보게 만든 것은 지금 이 사회”라고 주장한다.

‘벤처 1세대’ 골드뱅크 신화로 잘 알려진 김진호(50) 전 골드뱅크 사장은 “공무원 준비에만 매달리는 청년들로 가득한 지금의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라며 “청년들 중에서 ‘창업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 유니콘 육성회사 ‘알코란벤처스코리아’ 대표 파트너로 돌아왔다. ‘벤처 1세대’로 치열한 20대를 살았던 그는 지금 청년들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답이 보인다고 했다.

“돈 써가며 공무원 꿈꾸는 사회, 안타까워”

-요즘 청년들 꿈이 ‘공무원’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뭔가에 도전하고 싶어도 오는 성공이 너무 적다는 것을 청년들이 알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은 스타트 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고스란히 보여준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수 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청년들이 한곳에 모여있으면 우리 사회는 활력을 가질 수가 없다. 젊은 친구들이 창업도 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고시원에만 앉아 있다. 100명 중 1명이 되는 일을 그것도 자기 돈을 써가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런 현상이 정말 도움이 될까.”

-그럼 청년들이 어떤 일을 하길 바라는가.

“스타트 업, 창업이다.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창업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쥐고 있는 것은 ‘청년’이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 한 가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있다면 사회가 조금 더 너그럽게 이들을 받아들이고, 격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패에 대해 잔인하다.”

-창업 붐이 일었던 시기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많은 청년들이 창업에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청년들을 온실 속에 뒀기 때문이다. 창업하라고 3년간 창업 자금도 대주고 그랬다. 그런데 3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제 막 온실에서 싹이 자라고, 관리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우리의 창업 정책은 3년이 지나면 온실을 싹 거둬버린다. 그러면 3년 동안 키운 싹이 말라버린다. 지금 우리 창업 환경이 그렇다. 학습 효과가 무섭다. 창업을 한 사람들이 실패한 것을 보면 청년들은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구조를 깨야 한다.”

“온실을 깨고 나와야 답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구조를 깰 수 있나.

“간단하다. 온실에서 나가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으면 되는 거다. 온실 밖은 정부의 투자나 구조적인 지원이 없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 기웃거리지 말고, 그럴 시간에 시장과 부딪치라고 한다. 그러면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럼 정부의 지원이 아예 없는 게 낫다는 주장인가.

“정부의 지원에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정부의 지원이 창업 초기에 몰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직접적인 지원 자금을 줄이고, 시장이 늘어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온실을 벗어나도 마르지 않을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장이 늘어나는 형태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누가 잘 먹고 잘 산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도 나도 그 사람을 따라 하고 싶어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여전히 시장에 있다. 이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시장 구조가 그렇지 않다. 삼성 등 5개 재벌이 시장의 60%를 먹고, 나머지가 40%를 차지한다. 이 구조 안에서 새로운 기업들이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정부는 이 구조가 불공정하지 않게 막아줘야 한다.”

-정부가 구조를 불공정하지 않게 막아 준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라’는 얘기를 들으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이야기와 같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창업을 지원하고 기업가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빨리 생겨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정부 선의는 있지만…정책은 결과로 말한다”

-현 정부는 ‘새로운 시장’, ‘창업 지원 문화 육성’에 관심이 있다고 보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걸 하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어 한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정권이 교체됐으니 오늘부터 창업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선 억울하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이전 정부와 달라’, ‘너희를 응원해’라는 마음으로 정책도 발표했다. 그런데 안 먹혔다. 지금까지 ‘창조 경제’라는 이름으로 너무들 많이 속았기 때문이다. 다 학습의 결과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한가.

“간단하다. 길 하나 낼 때도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한다. 창업에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온실에 있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햇빛을 주면 되는지, 씨앗은 또 얼마나 옮기면 되는 건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정책이다. 만약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낸다면 아무리 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 죽어버린다. 그러면 또 취약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선의를 갖고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은 결과다. 결과를 만들려면 정책 결정자가 현명해야 한다.”

-요즘 청년들을 위한 일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서 설명한 내용들과 비슷한 방향인가.

“내가 하는 일도 앞서 말한 ‘환경영향평가’와 비슷하다. 햇빛에 나와있으면 좀 가려주고, 조금 더 웃자랄 것 같으면 눌러준다. 또 너무 안 자랄 것 같으면 양분도 주고, 욕 좀 먹는 것 같으면 대신 먹어준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많은 상황들이 청년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 안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쓰러질 수도 있지만,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존중받고 또 존경받아야 한다.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줘서 청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물러설 생각도 없다. 청년들은 도전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딪치고 깨야 한다. 그리고 얻어낸 열매를 누려야 할 권리도 있다. 먼저 지레 무너지는 것, 지레 멈추는 것, 이것은 청년의 자세가 아니다. 그건 본인을 위해서도 안 좋고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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