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건부 허용’ 재추진에 제동
의사협회 “절대 불가” 입장 고수
복지부 “의료 사각지대 해소 아닌
의사-환자 원격의료는 대상 아냐”
대상 제외된 환자들은 “범위 확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당정청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격오지 군부대ㆍ도서벽지 환자 등에 한정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의료계는 이마저 거부하고 있다. 의사 단체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며 “의료법 개정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한다.

2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의료사각지대에 의사-환자 간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최근 복지부와 여당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ㆍ벽지 주민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경우에 국한하여 원격의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의료법 34조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에 한해 의료진끼리 자문하는 형태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앞서 2016년에도 복지부는 의료사각지대뿐만 아니라 도시 지역의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수술 후 퇴원환자 등에도 원격의료를 적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당시 야당과 의료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최근까지도 이에 비판적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혁신 성장’으로 변모하면서 당 여론도 빠르게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구원기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애초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의료 행위’라고 판단할 수 없고, 안전성ㆍ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실시되면 ▦오진에 따른 환자의 건강권 침해 ▦기기 구축비용ㆍ과잉진료 유발로 인한 비용부담 ▦1차 의료 악화와 의료전달체계 무력화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정은 의협 등 이해관계자들과 논의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지만, 의협은 “아직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돼야 할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당정청이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입장에 대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은 ‘직역 이기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도시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은 격오지로 한정된 원격의료 대상을 확대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조차 만성질환 때문에 매번 병원에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이 심하다는 것이다. 20여년 째 당뇨를 앓고 있는 광주의 위모(86)씨는 “노인보행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자식 내외가 도와주지 않으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도시 노인 등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멈춰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라”는 등의 찬성 내용이 여럿 게재돼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일반환자 대상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기술ㆍ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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