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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불법 소각 방지” 중국 농촌 감시카메라는 빅브라더?

입력
2018.08.26 16:14
수정
2018.08.26 18: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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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등 농작물 폐기물 무단 소각

수확철 되면 ‘국지성’ 스모그 발생

허베이 이어 랴오닝ㆍ스촨도 검토

“공안당국 감시망 역할” 우려

중국의 한 농촌마을에서 수확 후 볏짚을 태우는 모습. SCMP
중국의 한 농촌마을에서 수확 후 볏짚을 태우는 모습. SCMP

중국에선 매년 수확철이 되면 어김없이 ‘국지성’ 스모그가 기승을 부린다. 중국 기상국 예보에는 없던 스모그가 발생하는 이유는 농촌 마을에서 볏짚이나 옥수수단 등 농작물 폐기물을 몰래 태우는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 환경보에 따르면 수확철 볏짚 태우기 등으로 대기 중 스모그가 2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이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펴고 있다. 스모그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불이 산이나 도로로 번지면서 대규모 재산 손실이나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많게는 5,000위안(약 82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사안이 엄중하면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처리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농민들은 단속의 눈을 피해 어두워지면 불법 소각에 나선다.

사실 농작물 폐기물은 단속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으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단속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지방정부가 ‘적외선 감시카메라’ 설치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허베이(河北)성정부는 지난 5월부터 1,000여개 농촌마을에 ‘블루 스카이’라고 명명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야간에도 화재를 감지하면 곧바로 소방 및 공안당국에 신고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허베이성정부는 연말까지 1,00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매년 가을과 겨울에 광활한 농경지에서 대규모 불법 소각이 끊이지 않는 랴오닝(遼寧)성, 중국의 대표적 농업지역인 쓰촨(四川)성 등지에서도 블루 스카이 설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일부 농촌지역엔 이미 감시카메라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기술 등을 이용한 중국 공안당국의 폐쇄회로(CC)TV 감시시스템인 ‘쉐량(雪亮ㆍ눈처럼 밝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쓰촨ㆍ산둥(山東)ㆍ지린(吉林)ㆍ구이저우(貴州)ㆍ후난(湖南)성 등지에서 농촌의 치안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2016년부터 감시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쓰촨성 공안당국은 지난 2월 쓰촨성인민대표대회 보고에서 “범죄를 절반 가량 예방했다”고 강조했다.

허베이성정부는 블루 스카이에 대해 “인적이 드문 농경지 주변에 설치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이 극도의 감시사회로 치닫는다는 비판을 감안할 때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 중국은 2020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2억대의 CCTV 정보를 단일망으로 묶을 계획이다. 2,000만대의 CCTV 정보망을 구축한 톈왕(天網ㆍ하늘 그물) 시스템이 도시지역 기반이라면 쉐량 프로젝트는 농촌지역이 대상이다. 블루 스카이가 결국 공안당국 감시망의 일부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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