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재판에는 제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습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23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고은 시인의 소송 제기를 비판하고 공동대응 방침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최 시인은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은 “품위를 잃지 않고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싸워서 이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문예지에 발표하고 방송에 출연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고은 시인은 한동안 침묵하며 두문불출하다 지난달 최 시인 등에게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최 시인은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 기자회견에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최 시인 소송대리인인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피해자를 공격하고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의 전형”이라며 “문학계 거장으로 군림하며 오랜 기간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성 문인들을 착취했던 과오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투시민행동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개설되는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 및 목격자 제보센터’와도 연대할 계획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제공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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