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프리랜서 복원 전문가
복원가 삶 소개한 에세이 펴내
광화문 이순신 동상부터
이한열 운동화까지 경험담 소개
아버지 김수익 화백 그림 앞에 선 김겸 박사는 “어린시절 네다섯 가구가 화장실 한 개를 쓰는 응암동 산동네에서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셨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생활을 따라온다’고 말씀하셨고 그 영향이 컸다. 제가 살아온 바로, 그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희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학과 3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일명 ‘청계천 소라 기둥’으로 불리는 클라스 올든버그의 ‘스프링’, 앙투안 부르델의 ‘활 쏘는 헤라클레스’까지 국내 손꼽히는 설치작품, 근현대 유물은 이 사람의 손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원전문가 김겸 박사다. 삼성문화재단 보존연구소 연구원,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팀 팀장을 거쳐 7년 전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를 열었다. 일반에는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으로 알려졌다. 김겸 박사가 복원가의 삶을 소개한 에세이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문학동네 발행)을 펴냈다.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직업을 “작품이 다치거나 처치가 필요할 때 치료하는 의사”에 비유했다.

“여기는 동네병원하고 굉장히 비슷합니다. 아픈 환자가 오면 치료하는데, 환자가 유물이 될 뿐이지요. 공공미술품 현장 상태 점검하는 일도 맡고 있고요. 의사들 회진 도는 것처럼요. 다만 작품은 스스로 아프다고 말을 못하기 때문에 제가 현장 가서 손상을 확인하죠. 복원 의뢰가 들어오면 대부분 응급환자입니다.”

김 박사의 첫 직장은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보존실이었다. 입사 후 1년만에 외환위기 여파로 해고됐는데, 되레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보존복원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일본 도호쿠(東北)예술공과대, 영국 링컨대를 거쳐 직접 미술품을 복원할 수 있는 ‘집도의’ 수준의 전문가가 됐다. 주전공은 조각품이지만 여러가지를 다 해야 하는 ‘한국적 상황’에 맞추다 보니 평면 회화부터 조형물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미술품을 복원한다. “의학기술도 그렇지만 갑자기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기술이 나오진 않습니다. 인간의 몸이 수천년전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유화가 탄생한 것도 600년이 넘었거든요. 미술 작가들 재료도 40~50년간 거의 변화가 없죠. 최신 복원 기법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죠. ‘이런 작업을 이런 재질로 하려는데 경험자 있느냐’고 물어보면 크로아티아 전문가가 답글 올리는 식으로 집단 지성이 모이죠.”

김겸 미술품보존연구소 김겸 대표. 김희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학과 3년)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도 이런 방법을 거쳤다. 처음 복원 의뢰가 들어온 계기는 “운동화가 폴리에스터 우레탄 재질인데 문화재에선 그런 합성수지 재료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한열 열사 기념관은 “절반 이상 부스러져 떨어져나간 상처를 드러낸 채 납작하게” 누운 운동화의 복원을 “현대 미술 작품들을 다루는” 김겸 박사에게 의뢰했고, “매일 밤 구글 이미지에서 각국의 운동화 밑창 패턴을 검색”하는 “3개월에 걸친 집중 치료”를 받았다.

“사실 복원이라는 작업에서 가치를 복원한다는 게 굉장히 추상적이고 믿음이지 않습니까?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는 2년 동안 가졌던 그 추상적인 믿음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해줬어요. 운동화 복원하고 일 년 만에 김숨 작가가 소설로 복원 과정을 썼고, 또 1년 후에 ‘1987’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죠. 그 영화를 보고 나와서 펑펑 울었어요.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한 켤레가 이야기가 되어 사회적 영향력으로 뻗어나가는지를 직접 본 것이니까요. 저에겐 정말 잊을 수가 없는 기회였죠.”

미술품 복원에 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은 없는 시간을 빼서라도 한단다. 책은 이 강연을 들었던 편집자의 제안으로 쓰였다. 8년째 이어오고 있는 ‘피아노가 있는 미술사’ 강연에서 그는 “작품과 작가 설명을 거의 안 한다”고 말했다. “낭만주의 사조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혁명만 말하는 식이죠. 민주주의,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그 시대 사람들의 심정은 어떤지를 말하면서 들라크루아나 쇼팽을 소개하죠. 사실 과거 어떤 사조가 있는지,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별로 관심 없어요. 앞으로 우리가 잘 살지가 궁금할 뿐이고 그게 궁금해서 과거를 살펴보는 거죠. 제가 작품을 복원을 하는 이유, 책을 쓴 이유도 같습니다.”

김겸 미술품보존연구소 김겸 대표. 김희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학과 3년)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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