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제주에 최근접 북상 중
강풍에 물폭탄 쏟아져 피해 잇따라
20대 여성 관광객 파도 휩쓸려 실종
4000여 가구 대규모 정전 불편 겪어
제주 잇는 하늘ㆍ바닷길 이틀째 끊겨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제주를 강타했다. 20대 여성 관광객 1명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고, 강한 바람이 전선이 끊겨 수천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또 한라산에 500㎜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고, 강풍으로 시설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를 잇는 하늘길과 뱃길도 이틀째 끊길 가능성이 높아 관광객들의 불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귀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19분쯤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에서 일행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박모(23ㆍ여ㆍ서울)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과 경찰, 소방 구조대 등이 주변 해상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기상악화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풍에 전선이 끊겨 4,000가구 이상이 한밤중 전기 공급이 끊겨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밤부터 23일 오전 6시까지 서귀포 안덕면, 대정읍, 표선면 등의 4,531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복구됐지만, 4,009가구는 기상 악화로 작업이 어려워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제주기점 항공기는 이날 운항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제주공항에는 태풍경보와 윈드시어가 발효 중이며, 태풍이 북상하면서 제주는 물론 타 지역 공항 운영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제주기점 항공기는 22일 오후 6시 이후 전편 결항되는 등 제주공항은 사실상 이틀째 폐쇄된 상태다.
뱃길 역시 운항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기상이 더욱 악화돼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 운항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강풍이 몰아치면서 시설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동방파제 공사장에서 보수ㆍ보강재용 석자재가 파도에 휩쓸려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실된 석자재 양은 91톤으로 추정된다.
제주시 구좌읍 입구 교차로, 서귀포 대정읍 서광1리 교차로, 제주시 조천읍 흑동교차로 등 신호등 10여개가 파손되거나 작동이 멈췄다. 서귀포 중문동 중문관광단지 명물인 야자수와 과수원 방풍림으로 쓰이는 삼나무들이 도로 위에 쓰러져 안전 조치됐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차량 침수 우려지역인 한천 공영 주차장과 남수각, 월파 위험이 있는 탑동ㆍ월정ㆍ사계 해안도로, 낙석 위험 지역인 산방산 진입도로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 많은 비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한천 1ㆍ2저류지, 병문천 2ㆍ5저류지, 산지천 4저류지 등의 수문을 개방됐다.
태풍 솔릭의 강타로 이날 도내 학교 22개교가 휴업했으며, 150여개 학교가 등ㆍ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현재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전 해상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며,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산지에는 시간당 최고 80㎜, 그 밖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시간당 10∼30㎜의 강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598㎜의 폭우가 쏟아졌고, 해안 지역에도 100㎜ 넘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한라산 진달래밭에서 이날 오전 4시25분쯤 최대순간풍속 초속 62ｍ을 기록했다. 나머지 지역도 초속 30ｍ 안팎의 강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태풍 솔릭은 23일 오전 6시 현재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서귀포 서쪽 약 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6㎞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24일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에 매우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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