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새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제작발표회에 (왼쪽부터) 신용휘 PD, 이유리, 송창의, 엄현경, 김영민이 참석했다. MBC 제공

“주 68시간 근무 조건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BC 새 주말드라마 ‘숨바꼭질’의 신용휘 PD가 2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 스태프들을 향한 약속이었다. ‘숨바꼭질’의 여전히 열악한 제작 환경이 도마에 오른 터라 신 PD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숨바꼭질’ 스태프들은 최근 기록적 폭염 속에 하루 평균 18시간 넘게 촬영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틀간 40시간 이상 촬영한 적도 지난달 이후 두 차례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태프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에 제보하면서 전날 알려진 사실이다. 300인 이상 방송사의 법정 근무 시간은 주당 68시간이다. 방송업은 노동시간 특례 업종이라 주당 52시간 적용을 내년 7월까지 1년간 유예받았다. 폭로된 ‘숨바꼭질’의 제작 환경을 보면, 방송업계에선 주당 68시간도 먼 나라 얘기다. 초장시간 노동 관행을 고치려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실질적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한빛센터는 ‘숨바꼭질’ 총괄프로듀서(CP) 등과의 면담에서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약속을 이끌어 냈다. MBC는 스태프 20명을 충원해 주 68시간 근무 규정을 지키고, 촬영이 끝나면 이동 시간을 뺀 휴식 시간을 7시간 이상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빛센터는 전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전체 스태프에게 동의를 얻겠다고도 했다.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기 전 스태프협의회를 구성해 근무 환경 관련 논의 창구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쪽 대본’을 비롯한 후진적 제작 관행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드라마 스태프들은 과노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 제작사와 스태프의 갈등도 반복될 것이다.

신 PD는 이날 스태프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나 스스로 연출부 막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방송 스태프들의 힘듦과 속앓이 등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익숙함이 당연한 건 아니었는데, 많이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제작사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잘 넘겨야 한다”고 했다. ‘숨바꼭질’의 주연 배우 이유리는 “우리 드라마에 밤 촬영 신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스태프들을 위로하고 “예전에는 밤을 새운 뒤 해가 떠야 집에 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는 스태프가 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숨바꼭질’은 한 화장품 기업을 배경으로 상속받은 여성과 그 인생을 대신 살아야 했던 또 다른 여성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다. 이유리 송창의 엄현경 김영민 등이 출연하며, 25일부터 방송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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