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법ㆍ사기ㆍ탈세 유죄 인정
“트럼프, 스캔들 입막음 돈 지시”
러시아 스캔들 첫 기소 매너포트도
금융ㆍ세금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
11월 중간선거서 민주당 승리 땐
‘탄핵 정국’ 현실화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냈던 마이클 코언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선거자금법 위반과 금융사기, 탈세 등 혐의에 대한 유죄 인정 진술을 한 뒤, 법원 청사를 떠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옛 핵심 측근들의 잇따른 유죄 인정으로 집권 19개월 만에 ‘최악의 날’을 맞이했다. 오랜 기간 개인 변호사를 지내 ‘트럼프의 충복’으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이 법정에서 본인의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한 데 이어, 2016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마저 금융사기 등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이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공모 사실이 입증된 건 아니지만, 현 상황만으로도 대통령직 수행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 현실화는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코언은 이날 뉴욕 남부연방법원 법정에 출석해 선거자금법 위반과 금융사기, 탈세 등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최고 징역 65년에 처해질 수도 있던 형량을 ‘징역 46~63개월’으로 줄이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특히 2016년 대선 직전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혼외정사 의혹과 관련, “연방정부 후보자(트럼프)의 지시와 조율에 따라, 여성 두 명에게 ‘입 막음’ 돈을 지급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언은 트럼프가 본인의 대선 출마를 위험에 빠뜨릴 것으로 우려했던 잠재적인 섹스 스캔들을 어떻게 은폐하려 했는지를 담담하게 묘사했다”며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의 중추적인 순간”이라고 법정 풍경을 전했다.

몇 분 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선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이었던 매너포트가 금융사기, 세금사기 등 8건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매너포트의 다른 혐의 10건에 대해선 배심원단의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날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죄 부분만으로도 그에겐 최대 80년형이 가능하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매너포트는 좋은 사람이다.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면서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러시아 공모와도 무관하고 그저 ‘마녀사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게 미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NYT는 “트럼프가 원-투 펀치를 맞았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한테는 법적인 청천벽력”이라며 “그의 취약성이 완전히 발가벗겨졌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암울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훨씬 더 위험하고 즉각적인 위험”(CNN)은 코언의 유죄 인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 여성 2명에게 전달된 자금 출처와는 무관하게, 이제는 ‘트럼프의 지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는 진술만으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선거자금법 위반 정황이 매우 짙어졌기 때문이다. 코언의 변호인도 이날 “문제의 돈이 코언의 범죄라면, 트럼프의 범죄는 왜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아직은 코언이 검찰 또는 뮬러 특검에 대한 명시적인 ‘협조’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관련 불법 행위를 폭로할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만은 없어 보인다.

WP는 “코언은 트럼프의 모든 문제, 곧 성추문 및 선거자금, 사업 거래, 대선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등과 직접 관련돼 있으면서 처음으로 (검찰 수사에) 협력하는 증인”이라며 “트럼프의 가장 큰 공포가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매너포트와는 달리, 코언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이 돼서야 혹평을 퍼부으며 반격을 개시했다. 그는 22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엄청난 압박을 견디며 침묵을 지킨 용감한 매너포트를 존경한다”면서 “이와 달리 코언은 거래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 냈다”고 비판했다.

매너포트 역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어 보일 뿐, 결국에는 그가 감형을 위해 뮬러 특검에 백기투항을 하고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공모를 털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뮬러 특검의 커다란 승리”라는 미 언론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2016년 6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오른쪽)의 모습. 매너포트는 현재 수감 중인 상태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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