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양형에서 ‘주취감경’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주취감경은 술에 취한 걸 심신미약 상태로 보고 취중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낮춰 주는 것을 말한다. 형법 10조 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등의 규정에 따른 처분이다. ‘책임이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는 형사법의 책임주의 대원칙이 법규를 뒷받침하고 있다.

▦ 하지만 주취감경은 일반적 법감정과 크게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조두순 사건만 해도 그렇다. 조두순은 2008년 8세밖에 안 된 여자 어린이에게 짐승 같은 짓을 저질러 피해자 장기가 파손되는 중상을 입혔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범행 때 조두순이 술에 취했었다며 주취감경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해엔 조두순의 형기(만기 2020년)가 거의 끝나 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알려지면서 단 한 달 만에 20만명 넘게 참여한 주취감경 폐지 국민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최근 또 하나의 주취감경이 공분을 샀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남자 대학생이 촬영해 둔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에게 전송해 버렸다. 여성을 폭행까지 했다. 미혼 여성에겐 치명적인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준 범죄였다. 하지만 판사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동영상 전송)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유포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예로 든 사건 전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하지만 주취자를 어쩔 수 없이 심신미약에 이른 정신질환자와 동일한 법리로 처분하는 건 아무래도 온당치 않게 여겨진다. 주취자에게는 자발적으로 무능력 상태를 일으킨 책임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을 처벌하고, 사고 시 처벌을 가중하는 것과도 법리상 조화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때에는 심신미약 감경 법규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 성폭력범죄특례법 20조가 마련된 이유이기도 하다. 형사법 책임주의 원칙 때문에 주취감경을 전면 폐지하기 어렵다면, 법원이 더 단호해져야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