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은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첫사랑 미연(장미희)과 ‘노년의 동거’를 실현하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진다. KBS 제공

‘같이 살래요’서 장미희와 호흡
알콩달콩한 노년 동거 그려
연산군ㆍ조광조 굵직한 남성상
자상한 아버지 역할까지 섭렵
신드롬 ‘애인’ 이은 멜로 연기
‘로맨스 그레이’ 새 영역 개척

‘심쿵 유발자’라고 불러야겠다. 배우 유동근(62)은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애틋한 사랑표현을 할 줄 아는 남자로 나온다. “네 얼굴 볼 시간, 너하고 같이 있을 시간 (…)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내가 너 좋아해. 스무 살 때도 지금도 여전히 널 좋아해” 같은 말로 미연(장미희)을 향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노년의 플라토닉 로맨스’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TV드라마에서 다룰 수도 없었던 ‘노년의 동거’를 실천하며 사회에 ‘노년의 사랑’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노년의 쓸쓸함과 사회의 편견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녀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화두 말이다.

1977년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연기 생활을 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은 유동근.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부성애로 가족들을 보듬으며 화해하는 이상적 아버지의 모습을 요즘 그가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달달한 ‘60대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유동근(왼쪽)과 장미희. KBS 제공

바뀐 시대 대변하는 따뜻한 아버지

“내가 지켜 줄게.” 유동근은 ‘같이 살래요’에서 앞뒤 재지 않고 사랑으로 직진한다. 그 사랑은 많이 쓰다. 미연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인다. 효섭(유동근)은 현실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이제 기다리지 않을 거다. 보고 싶으면 먼저 갈 거다. 결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면 같이 기다리자”며 따스한 가슴으로 미연을 안아준다. 유동근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사랑의 눈빛은 ‘로맨틱의 대명사’인 이병헌의 그것만큼이나 진하고 깊다. 드라마는 ‘로맨스 그레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노년의 동거와 황혼의 재혼이라는, 노령화 시대의 문제를 제기한다.

가족의 개념은 진화해 왔고, 아버지상도 바뀌었다. 유동근은 ‘새 시대의 아버지’ 역할을 자주 맡았다. KBS ‘가족끼리 왜 이래’(2014~2015)에서 그는 자기밖에 모르는 자식들을 가르치려 ‘불효청구소송’을 낸 아버지였다.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기며 가족 해체 시대를 맞은 사회에 묵직한 반향을 일으켰다. 미혼모가 된 판사 딸을 가족애로 품어 안은 아버지이기도 했다(JTBC ‘무자식 상팔자’∙2012~2013). 가정 대신 회사만 챙기다 퇴직한 쓸쓸한 가장의 그늘도 먹먹하게 보여 줬다(MBC ‘민들레 가족’∙2010).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가부장적이던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바꾼 배우가 바로 유동근”이라고 평했다.

유동근은 이른바 ‘남자다운 남자’ 역할을 주로 맡았었다. KBS 사극 ‘장녹수’(1995)와 ‘조광조’(1996)에서 각각 연산군과 조광조로 나와 강인하고 근엄한 전통적 남성다움을 연기했다. MBC 드라마 ‘애인’(1996)을 만나며 180도 변신했다. 불륜 드라마이긴 했지만, 자상한 남자 정윤오로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황신혜에게 장미꽃다발을 선물하며 “꽃이 시들기 전에 연락할게요”라고 말하고, 무심한 듯 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내 선물하는 달콤한 중년이었다. 오죽하면 ‘아름다운 불륜남’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유동근은 MBC 드라마 ‘애인’(1996)에서 황신혜와 수화로 대화(위 사진)하거나, 꽃을 선물하며 가부장적인 중년 남성을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방송화면 캡처
탁월한 리더십으로 ‘큰형’ 역할도

유동근은 다음달 열리는 ‘서울드라마어워즈’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드라마의 촬영 현장과 수준을 되돌아보며 씁쓸해했다. “세계 작품들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드라마 강국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의 현장은, 우리의 수준은 어느 지점에 와 있나 생각하게 됐다.”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릴레이 밤샘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낙후한 현실에 대한 쓴소리였다.

유동근은 2016년부터 3년째 무급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영동 서울드라마어워즈 조직위원회 단장은 “유 심사위원장이 3년째 무료 봉사하듯 도와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동근은 한국방송연기자협회와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도 3년째 연임 중이다. 배우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게 힘을 보태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유동근의 후배 사랑은 남다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동근은 대기실, 분장실을 선배와 후배 배우들이 같이 사용하던 때를 그리워한다”고 전했다. 후배가 아픈지,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훤히 알아 서로 돕고 의지하며 배우 생활을 했던, 끈끈한 시절 얘기다.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의 딸로 나오는 배우 한지혜는 “유동근 선배님은 힘든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 모두를 웃게 해 주시는 매우 특별한 분”이라고 했다. 유동근은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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