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1-0 누르고 16강행 이란과 격돌...마지막까지 경우의 수 따진 답답한 경기력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반둥=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을 보면서도 다른 경기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나.’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본 팬들의 반응이다.

한국이 손흥민(26ㆍ토트넘)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누르고 어렵사리 16강에 진출했다. 같은 시간 바레인이 말레이시아를 3-2로 누르는 바람에 한국은 만약 키르기스스탄에 패하면 조 최하위로 아예 조별리그 탈락할 수도 있었다. 팬들은 월드컵도 아니고 아시안게임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쨌든 한국은 키르기스스탄을 잡으며 말레이시아와 나란히 2승1패(승점 6)를 기록했다. 두 팀 승점이 같지만 대회 규정상 승자승 원칙에 따라 말레이시아가 1위, 한국이 2위다. 오는 23일 벌어질 한국의 16강 상대는 F조 1위 이란이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손흥민 말고도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 골키퍼 조현우(27ㆍ대구)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그러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후반 17분 손흥민의 한 방이 터지며 한숨을 돌렸다. 손흥민은 왼쪽에서 넘어온 코너킥을 멋진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그의 아시안게임 첫 득점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의 ‘주장’이다. 말레이시아에 1-2로 진 ‘반둥 참사’ 이후 그는 후배들에게 “우리가 독일을 이긴 것이 역사에 남듯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패한 일 또한 선수들의 커리어에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며 엄중히 꾸짖었다. 공격수 나상호(22ㆍ광주)는 “(손)흥민이 형이 선수단 전체에 그렇게 쓴소리 한 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였다.

이런 경우 자칫 잘못하면 팀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참인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솔선수범했다. 누구보다 악착같이 뛰며 수비에 적극 가담했고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골을 만들어내 팀을 구했다.

경기 중 프리킥 찬스에서 대화를 나누는 손흥민(7번)과 황의조(16번). 반둥=연합뉴스

16강에는 올랐지만 이런 경기력으로 과연 금메달을 딸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달리기도 한다. 한국은 전반에만 14개의 슛을 날리는 등 일방적인 경기를 하면서도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수비에서도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6강에서 만날 이란은 만만치 않은 팀이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팀 당 3명까지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참가 가능)하는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이란이 성인 대표팀만큼 아시아를 주름 잡는 건 아니다. 이란은 이날 F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 수 아래 미얀마에 0-2로 덜미를 잡히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까다로운 상대인 건 분명하다.

수비의 핵심 김민재(22ㆍ전북)가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는 것도 악재다. 김민재는 이날 전반 18분 상대 선수에게 거친 반칙을 범해 경고를 받았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에 받은 옐로카드까지 더해 경고 누적으로 이란과 16강전에 출장할 수 없다.

한편, F조 북한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대파하며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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