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유튜브 과금 3개월 무료

애플-넷플릭스에도 한때 같은 혜택

현대백화점은 아마존 기술 도입

굳어진 시장 구도 깨는 효과 불구

IT산업 기반 해외에 내줄 우려도

LG유플러스는 자사 모바일 가입 고객 전원에게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지급한다고 20일 밝혔다. LG유플러스 제공

1위 업체를 추격하는 국내 후발주자들과 외국의 공룡 정보기술(IT) 기업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풍부한 콘텐츠와 앞선 기술을 이용해 시장 판도를 흔들려는 국내 기업과 한국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에 막혀 고전하는 외국 기업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양쪽 다 ‘윈윈’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룡’들의 입지를 키워줘, 국내 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LG유플러스는 내년 2월 20일까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3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파격 프로모션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유튜브 영상과 음악을 광고 없이 즐길 수 있고, 영상을 틀어놓은 채 메시지 전송 인터넷 검색 등이 가능한 유료 서비스다.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3개월 동안 월 사용료 8,690원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글로벌 IT 공룡 김민호 기자/2018-08-20(한국일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에는 자사 IPTV에 어린이 전용 콘텐츠가 담긴 ‘유튜브 키즈’를 기본 메뉴로 추가했고, 작년 11월과 올 5월에는 애플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 5개월 무료 이용권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했다. 완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에게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지난 5월 진행했다.

애플뮤직은 세계 시장에선 점유율 2위(약 20%)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만은 출시 2년이 지나도록 존재감이 거의 없다. 점유율은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 역시 전 세계 가입자 1억2,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위세와 달리 국내 이용자는 3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SK브로드밴드 옥수수 월 이용자(630만명)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멜론, 지니뮤직, 옥수수 등 토종 업체들에 밀리고 있는 애플과 넷플릭스 등이 LG유플러스와 제휴하며 노리는 건 LG유플러스 고객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서비스 체험 기회 등을 제공, 자사 이용자를 늘리려는 데 있다. LG유플러스 경우는 타사에 없는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3등으로 굳어진 시장 구도를 깨려 하고 있다.

정지영(왼쪽)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장(전무)과 장정욱 아마존웹서비스코리아 대표가 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외국계 기업을 등에 업은 ‘판 흔들기’ 전략은 유통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세계 1위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구현에 나선다. 소비자가 쇼핑한 뒤 그냥 걸어 나오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등을 오는 2020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도입한다. ▦드론을 활용한 야외 매장 내 식음료(F&B) 배달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등 아마존의 첨단 기술도 백화점에 대거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밀리고 있어 경쟁력을 강화할 반격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같이 후발 업체의 외국기업 제휴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칫 오랜 기간 노력을 통해 구축해 온 한국만의 콘텐츠나 유통분야 경쟁력을 약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외국의 공룡 업체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입 초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토종 경쟁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프로모션 3주 만에 LG유플러스 가입자 3만명을 자사 이용자로 끌어들였던 애플뮤직은 우리 정부의 저작권 규정을 따르지 않고 창작자에 적은 몫만 배분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LG유플러스와 IPTV 탑재를 협상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수익 배분에서 자신들이 90%를 갖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확대가 절실한 국내 후발 업체와 협상을 통해 불공평한 제휴 계약을 맺어 선례를 만든 이후, 점차 선발 업체들도 포섭하려 들 것”이라며 “토종 기업들이 어렵게 조성한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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