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금강산서 눈물의 상봉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을 태운 버스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 고성=뉴스통신취재단

“막냇동생이 1950년에 태어났는데, (내가) 직접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런 동생을 만나게 되니까 더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통일될 때까지 살아야겠어요.”

20~22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대상자로 선정돼 북쪽 남동생을 만난 조정일(87)씨는 “내가 죽어도 이제…”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생사 확인 회보를 통해 당시 어머니 등에 업혀 있던, 그가 직접 이름을 지어줘 더 애착이 컸던 막냇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월남한 사람이 북한 가족을 찾는다고 하면 피해를 줄까 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는 표정에서는 수십년 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동생 신금순(70)씨를 만난 재천씨는 “여동생을 떠올리며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했다. 오래 전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놨다는 그는 “중간에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는데 적십자사에 공유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한번 (상봉 대상자로) 선정이 됐는데 통화가 안돼 다른 사람에게로 기회가 갔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

북쪽 조카들과 상봉한 김병선(90)씨는 “나이가 아흔인데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남쪽에 올 때 신의주역에서 어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그때 어머니가 (먼 발치에서) ‘술ㆍ담배 하지 말아라’, ‘예수님 잘 믿어라’고 외치셨고, 그래서 남쪽에 와서도 술ㆍ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고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아버지가 금강산행 버스에 탑승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속초=뉴스통신취재단

남동생 김충섭(80)씨와 만난 항섭(92)씨는 상봉자로 선정된 후 딸에게 “금강산에 다녀오면 (지금까지 해오던) 운동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살아서 할 것은 다 했다는 생각이 드셔서 그러셨나 보다”라는 게 딸 계현(57)씨의 설명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눈물의 상봉을 했다.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 이복동생, 조카 등 남은 가족과 만났지만, 꿈에 그리던 가족을 기억하는 이와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

금강산=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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