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달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 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올해 상반기 급여 58억2,720만원. 지난 14일 보도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영자 중에서 가장 많이 보수를 챙겼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임금이다. 지난해(연봉 66억원)보다 75% 올랐고, 시급으로 따지면 607만원(주 40시간 근무 가정)을 받았다. 이런 뉴스는 그저 ‘부러움’과 ‘약간의 핀잔’ 정도로 소비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달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820원 오른 시급 8,350원으로 정해졌을 때 온갖 사회적, 경제적 분석이 동원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던 시름들과 비교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임금 창고’에서 최하위층이 추가로 가져가는 시급 몇백원이 그렇게 문제라면, 최고위층이 가져가는 한해 수십, 수백억원의 급여는 왜 토론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않는지 나는 그 담론의 불균형이 언제나 의문이었다. 최저임금 대상자는 많지만, 초고소득 연봉자는 소수자일 뿐이라고 여겨서 일까. 하지만 임금 상위 1% 고소득자의 임금총액(2016년 기준, 43조2,487억원)은 하위 30%의 임금 총액(43조3,770억원)과 맞먹는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무명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이유에 대해 “톱스타 출연료가 어마어마하다. 그 돈이면 ‘응팔’ 출연료 전체를 한 배우에게 몰아줘야 한다”라며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도 별로 올바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처럼, 하나의 프로젝트 내에서 하나의 기업 내에서 나아가 한 사회 내에서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은 연결돼 있다. 낮은 납품단가에 신음하는 영세기업, 가맹료에 쫓기는 편의점, 30만원짜리 구두를 만들고 5,000원을 받는 제화공의 문제를 추적하다 보면 상위 기업에 즐비한 ‘슈퍼 연봉자’들의 얼굴과 만나게 될 것이다.

임금은 ‘능력’의 다른 이름이며 한해 수십, 수백억원을 받을 자격을 가진 능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신이라 한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도록 하면서까지 그렇게 챙겨줘야 할 능력이란 무엇일까.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1980년대부터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이 대폭 인하되면서 슈퍼 연봉을 받는 경영자들이 등장했다고 분석하고, 최고위 경영자들이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정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슈퍼 연봉의 탄생’은 갑자기 능력이 출중한 인재들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조세제도의 고삐가 풀리면서 이를 이용해 자기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이기심에서 출발했다는 해석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제도를 정비한 국가도 있다. 독일은 2009년 기업 내 감독이사회가 이사 보수를 산정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동일 산업·국가의 유사한 회사의 보수 수준을 고려하도록 했다. 또 가변적인 보수는 1년 이상의 기간을 기초로 산정하고, 회사의 상황이 악화되면 이사의 보수를 삭감하도록 했다.

스위스에서는 2013년 기업 내부의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진 적이 있다. 스위스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반발하고 65.3% 반대로 부결됐지만, 찬성한 비율이 상당했고 배율 조정에 따라 충분히 지지층이 확대될 수 있는 사안임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정의당이 2016년 민간기업 임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기업 임원은 10배 이내로 임금을 제한하자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제안했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정치권의 결정장애 풍토로 볼 때, 이런 제도들이 진지하게 논의 되리라는 기대를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상ㆍ하위 10%의 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상위권 임금을 제어하지 않은 채 하위권 임금을 올리는 정책만으로는 한계와 부작용이 분명한 것 같다.

이진희 기획취재부 차장 river@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