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치료'의 창시자 윌리엄 글래서가 5년 전 오늘 별세했다. wglasserinternational.org

미국 정신의학자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 1925.5.11~2013.8.23)는 첫 저서 ‘현실 치료(Reality Therapy)’에서 감정ㆍ정신 장애의 원인이 외부(타인과 환경)나 과거(무의식)에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자신에게 있으며, 해법도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150만 부가 팔렸고, ‘현실 치료’는 상담심리의 각광받는 한 분야로, 지금도 교육 현장과 각종 중독치료 등에 활용되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1년 남짓 군 생활을 경험한 그는 임상심리와 정신의학으로 전공을 바꿔 학위를 받고 UCLA와 재향군인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이 대세였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무의식 같은 심층심리 분석에 회의를 느껴 선임 의료진과 맞서다 군인병원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후 그는 비행청소년학교 등에 근무하며 과거보다 현재에 초점을 맞춰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했고, 그 성과를 ‘현실 치료’로 집대성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크게 다섯 가지의 욕망(생존, 자유, 소속ㆍ사랑, 성취ㆍ힘, 즐거움)이 있고, 그 욕망을 최대한 충족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행동을 선택ㆍ통제한다고 보았다. 그가 말한 행동은 활동(action)뿐 아니라 생각과 느낌, 신체반응을 포괄하는 거였다. 행동의 결과가 의도와 다를 때 책임이 뒤따른다. 그는 개인이 그 책임을 회피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감정ㆍ정신적 장애를 겪는 이들이 정서적 자율성과 합리성을 획득해 책임을 수용하고 행동을 개선하면 장애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는 것도 현재의 문제였다. 그의 치료는 간추려 말하자면, 내담자의 욕망(Want)과 행동(Doing)의 전모를 파악하고, 그 선택의 효과와 합리성 등을 평가(Evaluating)한 뒤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WDEP)으로 진행됐다. 즉 개인이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일상을 통제하면 정신장애를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였다.

그는 외적 요인과 환경 즉 구조적 문제를 중시하는 사회이론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조현병’같은 중증 정신질환도 ‘현실치료’로 고칠 수 있다고 ‘폭주’한 탓에 결국 허방에 빠졌지만, 프로이트의 신화로부터 근대적 개인의 한 준거를 구해냈다는 평가를 획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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