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푸드파이터’ 프레스데이에서 프리미엄 정육업체 ‘고깃간’의 김호규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제공

“제가 오늘 이가 빠져서 말하기가 힘든데….”

파티시에 중개 플랫폼 ‘위베이커’의 김정욱 이사가 입에 솜을 문 듯 어정쩡한 발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10분 넘게 이어지던 청중의 ‘묵언수행’도 그제야 깨졌다.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50초는 너무 짧았다. 그러나 그게 매력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푸드파이터’ 프레스데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타트업 관계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 50초간 자신의 회사를 홍보했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긴장감 넘치는 예선 장면을 연상시켰다. 발표를 50초로 제한한 건 말이 길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한 관계자는 “너무 늘어지는 프레젠테이션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긴박함이 발표자와 청중의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려 효율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이뤄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2014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이날 행사엔 음식 관련 스타트업 21곳이 참여했다. 올해 들어 벌써 10번째 프레스데이다. 자체 홍보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이 행사를 통해 언론 취재진에게 회사를 소개할 수 있다.

“맛은 돼지롭게, 칼로리는 가볍게”라는 슬로건으로 저열량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스키니피그 크리머리’의 이종범 대표는 “어릴 때 비만 체형이 콤플렉스였다. 10년 이상 다이어트를 하며 ‘맛있으면서 살 안 찌는’ 음식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매주 새로운 디저트를 엄선해 배달하는 ‘디저트픽’의 최세진 대표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우다. 최 대표는 “삼청동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디저트 맛집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다른 아이디어로 시선을 사로잡은 곳도 있었다. ‘지구인컴퍼니’는 영양이나 맛엔 아무 문제 없지만, 단지 ‘못 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상품화되지 않는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이런 이유로) 한 해 버려지는 농산물이 세계적으로 40억 톤에 이른다”며 “농가의 재고가 ‘제로(0)’가 되는 날을 꿈꾼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1시간에 걸친 스타트업들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피자와 맥주를 곁들인 네트워킹 파티가 이어졌다. 일방적이고 딱딱한 홍보 행사에서 벗어나 ‘피맥’과 함께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기자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돕는다는 취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늘 홍보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승아 매니저는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나기 전에 네트워킹 자리를 통해 직접 만나,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사에 대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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