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라고 지구온난화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 1일 평양의 낮 최고기온은 37.8도를 기록했다. 한낮 기온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크게 떨어져 ‘열대야’를 나타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햇빛을 가리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포토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차 평양을 방문 중인 한 방송기자의 리포트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낮 기온이 34도였던 지난 주말 밤 에어컨을 끄고도 너무 추워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다는 것이다. “신기한 건 낮에 그렇게 덥다가도 밤이 되면 기온이 20도 이상 크게 떨어져요. 그래서 평양에는 ‘열대야’라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데일리NK 강미진 기자의 증언도 비슷하다. 북한에는 ‘열대야’라는 용어가 없고 그냥 ‘무더위’라고 하는데,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해 서울과 같은 열대야는 못 느껴 봤다는 것이다.

▦ 하루 중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일 때를 열대야라고 한다. 1966년 일본 기상학자 구리시마 아쓰시가 만든 용어다. 그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超) 열대야’라는 말도 지어냈다. 기상청은 밤 사이(저녁 6시~이튿날 아침 9시)에도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열대야로 정의한다. 한밤의 열기는 잠을 설치게 해 대낮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서울은 지난달 22일부터 26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1994년의 24일 연속 열대야 기록을 넘어섰다.

▦ 평양이라고 지구온난화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1918~2000년 북한의 평균기온은 1.9도 상승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9.6도로 사상 최고였던 1일, 평양도 기상관측 이래 최고인 37.8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2012년 펴낸 ‘북한기상 30년보’에 따르면 북한의 연평균 기온은 8.5도로 남한보다 4도 낮았다. 열대야는 남한(연평균 5.3일)보다 적은 0.6일 발생했다. 폭염이 엄습한 올해에는 평야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 평양의 위도가 서울보다 높지만 한낮 기온은 큰 차이가 없다. 평양 시민들은 35도 안팎의 폭염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대부분 가정이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난다. 에어컨은 당 청사나 호텔 정도에만 설치돼 있고 냉장고 없는 집도 많다. 서울의 열대야는 도시화ㆍ과밀화의 영향이 크다. 고층 빌딩숲에 갇힌 한낮의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섬 현상 탓이다. 더욱이 서울의 에어컨 보급률은 90%에 육박한다. 냉방기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평균기온은 올라간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되면 폭염과 열대야가 더 심해질 것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지난달 평양에서 여성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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