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후폭풍

#1
“마누라 생활비” “자녀 유학비”
용도 밝힐 필요도 없는 눈 먼 돈
상임위원장 매달 600만원 수령
특활비 없어지자 “단순 명예직”

#2
김관영 원내대표 전면 폐지 주장
거대 양당과 소수 3당체제의 성과
외빈 경비ㆍ의원 외교 지원비 등은
현행보다 늘릴 수 있어 ‘조삼모사’
그래픽=박구원 기자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지하려던 여야 거대 정당과 정치권이 연일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여야는 처음 특활비 논란이 일자 영수증 처리를 통한 양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판이 계속되자 양당이 결국 특활비 전면 폐지라는 백기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마저 정작 교섭단체 관련 비용만 없애는 ‘꼼수 삭감’ ‘반쪽 폐지’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모양만 우습게 됐다. 국회 특활비는 ‘쌈짓돈’, ‘제2의 월급’은 물론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며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특히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특활비 취지에 어긋나는 예산은 모두 없애고 지출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특활비 역시 존폐의 기로에 설 전망이다. 관련 움직임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국회는 욕먹으면서도 왜 특활비를 포기하지 못하나요. 도대체 어디에 얼마나 쓰는 비용인가요.

올해도 가을야구(가야)=한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뭘까요. 답은 법인카드로 사먹는 것이죠. 그나마 법인카드는 사용내역이라도 찍혀요. 반면 특활비는 현금으로 쥐어주다 보니 건네주는 쪽이나, 펑펑 쓰는 쪽 모두 어디에 썼는지 알 도리가 없죠. 아니 내역에는 관심이 없어요. 깜깜이 예산, 눈먼 쌈짓돈, 신(神)의 용돈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정치자금에 대한 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특활비는 여의도 배지들의 엘도라도, 마지막 안식처와 같은 것이죠.

그래픽=박구원 기자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상임위원장만 돼도 매달 받는 특활비가 600만원입니다. 1년이면 7,200만원. 상임위 운영비로 일부 사용하고, 명절 때 상임위 소속 직원들에게 떡값 주는 지출을 하더라도 수천만원은 챙길 수 있지요.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밝힐 필요도 없으니 사실상 용돈인 거죠. 특활비 폐지 결정으로 이제 상임위원장도 단순 명예직이 됐다는 말이 나와요.

불나방=과거 자녀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한 의원도 있었죠.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받고, 부인을 해외 출장에 대동한다거나 수천만원 상당 달러로 환전해 가져가는 식이죠. 특정 상임위는 회의가 일년에 4~6차례 열려도 매월 지급되기도 했어요. 깜깜이 예산이죠.

가야=성완종 사건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의 발언이 가장 인상 깊어요. 마누라 생활비로 갖다 줘서 잘 모른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돼요. 홍 전 지사의 이미지가 워낙 독특해 다들 손가락질 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이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도 상당해요. 과연 그랬겠냐는 것이죠.

불나방=여야 원내대표에게 배정된 특활비는 당내 행사비용이나 정치인 개인의 지역구 관리자금으로 쓰인다는데 사정이 어떤가요.

탐구생활=정책지원비, 단체활동비 등으로 지급되는 비용이지만 사실상 당을 관리하는 비용이란 명목 하에 개인정치를 위한 자금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죠.

가야=지난주 촌극이 있었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예정했다가 돌연 취소했어요. 특활비 폐지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점이었어요. 한마디로 돈이 없으니 기자들도 만나지 못하겠다는 것이죠. 이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가령, 소속 의원들의 연찬회나 회식, 단합대회 등 각종 당내 모임이나 행사에서 명색이 원내대표가 술 한잔 마시고 바로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죠. 사실상 모든 경비를 지원한다고 보면 됩니다.

불나방=국회의장단 특활비 중 국익과 관련된 필수불가결한 부분은 남겨둘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요.

사이다말고 탄산수=의장실에서 든 사례 중 하나가 있어요.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유족들과 만났을 때 ‘합리적인 수준’의 위로금을 건네는 것이 관행이라고 해요. 그런 지출에 대해선 영수증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액수를 공개하면 서로 간 민망한 상황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활동비 관련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2018년도 특활비는 필요 최소한의 경비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납하며 2019년도 예산도 이해 준해 대폭 감축 편성한다고 밝혔다. 뉴스1

탐구생활=국회의장 직무상 사용처나 금액을 밝히기 어려운 필수불가결한 경비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필수불가결한 예산은 삭감이 아니라 다른 항목으로 옮기겠다고 했는데 외빈 초청 경비, 회의ㆍ간담회 진행비, 의원 외교 지원비 등은 현행보다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조삼모사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가야=예를 들어 문희상 의장이 해외순방을 나서거나 국내 사회복지시설을 찾을 때, 우리 공관이나 관련단체를 들르고 나서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죠. 액수가 크지는 않더라도 얼마 간의 금일봉을 손에 쥐어주고 와야 할 텐데 이런 대외활동 비용에 쓰이는 게 특활비라는 설명이에요. 그래서 국익이라고 두루뭉실하게 얘기하는 것이죠.

불나방=여당과 제1야당이 같은 입장인 듯 보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 중 유일하게 전면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찍고=내부적으로는 이미 특활비 폐지는 국민여론이고 시대적 흐름이니 이를 거스르려 해 봤자 안 될 것이란 목소리가 컸다고 합니다. 거대 양당이 미온적인 상황이니, 선제적으로 전면 폐지를 주장하면 3당으로서 선명성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고요. 하지만 상임위원장이 2명으로 두 당에 비해 적다는 점도 적잖이 작용한 것 같아요. 특활비를 없애더라도 금전적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호밀밭의 세탁기=바른미래당은 제1, 2당에 비해 불리한 환경이죠. 조금 받는 것과 모두가 못 받는 것을 고려하면, 저라도 안 받는 쪽을 선택할 것 같네요. 양당제가 아닌 거대 1, 2당과 소수 3당 체제가 만든 성과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가야=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번 정국의 최대 승자에요. 초지일관 총대를 메고 특활비 전면폐지를 주장해 관철시켰죠. 이슈를 제기하고 주도하는 데 있어 여당이 아닌 야당이 왜 필요한지, 제1야당이 아니더라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어요. 덕분에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이 부각돼 이번에 다시 보게 됐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특수활동비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의동 정무위 간사, 이찬열 교육위원장, 김 원내대표, 이학재 정보위원장, 하태경 국방위 간사. 오대근 기자

불나방=바른미래당의 대응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네요.

가야=이와 같은 한국정치의 역동성이 앞으로도 간절합니다. 국회의원은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죠. 더구나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요.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불나방=국회 일각에서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특활비가 적은데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탐구생활=국회 특활비가 62억원 정도니 정부부처 전체 특활비 차원에서 보면 1%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원래 특활비라는 게 기밀유지를 위한 정보나 사건 수사 같은 부분에 국한해 매우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돈인데, 국회에서 첩보나 수사해야 할 일이 없으니 애당초 국회의 특활비는 국방부, 경찰청, 청와대 등의 특활비와 성격이 다른 게 아닌가 합니다.

불나방=그럼 특활비 폐지 후엔 그 취지를 어떻게 살리면서 개선해야 할까요.

탐구생활=기밀유지가 필요한 돈이라면서 특활비를 편성했는데 영수증을 첨부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식으로 가면 사실상 기밀이 아닌 게 됩니다. 국회에 특활비라는 비목을 그대로 두고 투명하게 제도 개선을 하는 쪽보다 특활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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