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대작 나란히 출간
‘그리스인 이야기 1ㆍ2ㆍ3’
반지성ㆍ영웅주의 사관은 여전
‘마스터스 오브 로마’ 22권 완간
치열한 고증… 30년 몰두한 역작

여름 출판계의 참 맛 중 하나는 역시 대작 역사물이다. 올 여름엔 그리스 세계와 알렉산드로스를 다룬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1ㆍ2ㆍ3권’(살림), 그리고 로마의 카이사르를 다룬 호주 작가 콜린 매컬로(1937~2015)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전 22권ㆍ교유서가)가 마무리됐다. ‘로마인 이야기’(전 15권ㆍ한길사), ‘가시나무새’로 각각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1,2,3권.

‘그리스인 이야기’는 페리클레스의 민주정과 중우정치, 그리고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전쟁을 차례로 다룬다. 시오노는 일본 출판사 신쵸사와의 인터뷰에서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카이사르 이야기를 다룬 4ㆍ5권을 쓰고 있을 무렵이던 20여년 전쯤 알렉산드로스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카이사르가 ‘성숙한 천재’였다면 알렉산드로스는 ‘미완의 대기’라는 점에 이끌렸다. 카이사르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15권짜리 로마사를 써버렸다던 시오노답게 ‘그리스인 이야기’ 또한 알렉산드로스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3권이 됐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시오노의 마지막 역사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책 말미에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감사의 메시지를 남겨뒀다. “조사하고 생각해서 그것을 기초로 역사를 재구축한다는 의미인 ‘역사 에세이’는 이것으로 끝내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매컬로가 한쪽 눈 시력을 잃어가며 30년간 몰두한 역작으로 유명하다. 3권씩 1부를 이뤄 모두 7부작 21권이다. 한국판에서는 지도, 인명, 지명, 관직, 제도, 도량형 등 단위, 주요 등장인물 가계도 등을 담은 ‘가이드북’까지 추가해 모두 22권이다. 가이드북은 역사적으로 엄밀한 서술이란 무엇인지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로마사 전문가 김경현 고려대 교수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매컬로의 고증작업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책은 ‘반(反)시오노 나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시오노의 반지성주의적 태도, 제국주의와 영웅주의 사관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간단히 말해 겉은 ‘로마인 이야기’인데 속은 ‘사무라이 이야기’라는 비판이다.

30년 동안 7부작 21권으로 된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써낸 작가 콜린 매컬로. 이 책 집필을 위해 열정적으로 로마사 공부에 매달린 매컬로는 책에 들어갈 로마 시내 지도와 아우구스투스 인물상 같은 것을 직접 그려 넣기도 했다. 교유서가 제공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전 21권. 한국판은 가이드북까지 포함 22권이다. 교유서가 제공

이런 태도는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도 반복된다. 가령 알렉산드로스가 견유학파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가 망신당했다는 일화를 두고 ‘유사철학자들이 꾸며낸 이야기를 훗날 지식인들이 널리 퍼뜨렸다’며 혐오를 드러낸다. 정복왕에게 그런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내 민주주의 논쟁이나 여기에 참여한 지식인들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물론, 젊은 시절 어느 편집자와 ‘학자들의 아성인 이와나미 출판사에 대항하자’고 했다던 이야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써뒀다.

매컬로가 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가장 큰 강점은 ‘있는 그대로의 로마’를 생생하게 묘사해냈다는 점이다. 신정민 교유서가 대표는 “5년간 4,000여개 용어를 두고 번역자 4명이 난상토론을 벌여가며 번역작업을 했다”며 “로마에 대해 나온 거의 모든 자료를 매컬로가 대신 읽고 정리해준 책이란 평가 때문에 감당해내야 할 몫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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