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전당포 이야기
40여개 지점 갖춘 체인 ‘F88’
“사회적 편견 바꾸자” 서비스 인기
수수료ㆍ보관료 부담은 여전
베트남 전당포 체인 'F88'의 내부 모습. 여느 은행과 다름 없는 분위기 속에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고객을 맞고 있다. 포브스베트남 캡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높은 이자로 착취하는 전당포의 횡포가 사회문제로 번진 베트남에서 최근 ‘착한 전당포’들이 출현,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매금융 전문 ‘F88’이다. ‘전당포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자’는 목표로 2013년 설립된 F88은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투자펀드 ‘메콩 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전당포 체인으로 전환했다.

F88 최고경영자(CEO) 푸엉 안 투언은 “베트남 대부분의 소매 금융이 금융 비전문가인 개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 최고의 소매 금융기관이 되겠다”고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지난해 기준 대출 잔액은 6,000억동(약 290억원), 거래 건수는 5만건에 달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이퐁, 빈푹, 타인호아성 등지에 40여개 지점을 갖춘 F88은 2020년까지 전국 63개주에 300개 지점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인기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밝고 착한 서비스.’ 기존 전당포들이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직원들이 무뚝뚝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손님들을 맞았다면 F88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시중 은행과 같은 수준의 공간에서 고객을 맞는다. 한국계 기업에 다니는 딘 비엣 지웅(34)씨는 “폭력조직과 연결돼 있는 구식 전당포에는 웬만해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F88 정도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F88의 금리는 월 1.1%, 연 13.2%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제시하는 대출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곳으로 시중 은행 접근이 쉽지 않은 서민들 사이서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담보 물건에 대한 철저한 가치 평가도 인기 요인이다. 가령 오토바이를 맡기고 돈을 빌릴 경우 해당 물건에 대한 최신 시세를 반영해 가치를 산정하고, 그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 식이다. F88에서 돈을 빌릴 경우 담보물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취급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휴대폰, 노트북 등의 담보물에 대해서는 대출과 동시에 봉인이 이뤄지고, 화재가 나 담보물에 피해가 생기더라도 보상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하지만 큰 금액의 돈을 장기간 빌리는 데에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F88은 월 1.1%의 이자 외에도 대출을 실행하는 시점에 이뤄지는 신용평가 수수료와 담보물 보관료 명목으로 각각 월 1.4%와 3.5%의 이자를 더 받는다. 호찌민시변호사협회 소속의 부 꾸억 빈 변호사는 “대출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보관료를 대출 이자와 분리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당포들의 고리 횡포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금리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F88의 외부 모습. 여느 전당포에서 풍기는 음침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있다. F88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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