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미정…일각선 “업무추진비 전용” 우려

여야가 국회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중 교섭단체를 지원하는 부분을 폐지하기로 13일 합의했다. 전체 특활비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몫을 없애는 합의가 아니었는데도 일부 언론들은 ‘연간 60억원 특활비 폐지 합의’라고 보도했다. 국회는 얼마나 줄일지 16일 발표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꼼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예산 감시 시민단체 ‘세금 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14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을 통해 “아직 완전히 폐지됐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올해 기준으로 국회 특활비 약 62억원 중 완전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은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쓰는 15억원 정도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쓰는 약 47억원의 폐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는 셈이다.

13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하 변호사는 국회가 폐지하거나 일부 줄여서 생긴 특활비의 공백을 업무추진비로 메우는 꼼수를 부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작년에도 국회는 특활비가 문제 되니 줄인다고 하면서 다른 항목으로 전용해서 올해 계속 쓰고 있다”면서 “같은 방식으로 특활비를 폐지한다고 하면서 명목만 업무추진비로 바꿔서 계속 사용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 중 올해 특활비는 62억원, 업무추진비는 88억원이 책정돼 있다.

업무추진비는 이름만 다를 뿐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면에서 특활비와 다를 바 없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국회 특활비에 대해서는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대법 판결까지 나와 있다.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선 공개하라는 1심 판결이 나온 상태고, 국회는 이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장을 냈다. 하 변호사는 “국회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공개되면 의정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면서 “중앙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는 사용내역을 다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울러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는 문제도 꼬집었다.

하 변호사가 국회 특활비 폐지에 집중하는 것은 국민들의 대표가 일하는 국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국회 말고도 특활비가 필요한지 의문이 있는 부처들이 있는데 국회 특활비가 완전히 폐지돼야 그런 부처들의 특활비도 폐지하고 개혁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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