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 재발 위한 국민청원’ 동참 호소

“제 아들 재윤이는 병원에서 백혈병 검사 중 의료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사고였는데도 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으려면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보고를 현행 ‘자율’에서 ‘의무’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죠. 환자안전법 개정을 위한 청원에 제발 동참해주세요.”

백혈병 재발이 의심돼 검사를 받다가 지난해 11월 사망한 김재윤(당시 5세)군의 어머니 허모씨는 13일 대구 영남대병원 남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윤이는 두 살 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완치율이 90%에 이르는 타입이었고, 3년간 받은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아 올해 봄쯤엔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재윤이 부모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9일 백혈병을 치료받던 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숨이 멎었다.(본보 관련기사: 골수검사 받다 숨진 아들 “엄마는 숨 쉬는 것조차 미칠 지경”)

고 김재윤군의 의료사고 사망사건 원인 규명과 사과, 환자안전사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3일 대구 영남대병원 남문 앞에서 열렸다. 안기종(왼쪽 네 번째부터)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재윤군의 어머니와 아버지.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재윤이 부모는 이 사고가 명백한 환자안전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한 장비가 전혀 없는 일반 주사실에서 수면진정제(케타민, 미다졸람)를 과다하게 투여한 상태로 골수검사를 받다가 심정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감기로 열이 나면 수면진정제 투여를 4주 후로 연기하라는 ‘대한소아마취학회의 소아진정 가이드라인’도 의료진은 지키지 않았다.

2016년 7월 27일 시행된 환자안전법에 따르면 이런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보고를 하면 보건당국이 사고 원인을 분석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보고가 ‘자율’에 따른다는 점이다. 환자단체들이 요청한 환자안전법 초안에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논의과정에서 의료계 반대로 삭제됐다. 이렇게 취지가 훼손되면서 법 시행부터 올해 7월 말까지 2년간 보고 건수는 9,217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보고는 낙상 48.9%, 약물오류 25.4% 등 비교적 경미한 사고에만 집중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사망 등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옳다”면서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이 그렇게 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재윤이 어머니 허씨는 “재윤이 같은 사고에 노출될 수 있는 소아백혈병 환자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면서 “병원이 복지부에 보고를 해야 대책을 마련할 텐데 재윤이가 사망한 지 수 개월이 넘도록 병원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지난 6월 환자 보호자 자격으로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했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복지부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보고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은 경우 등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해당 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백혈병 재발이 의심돼 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숨진 김재윤군의 어머니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이에 허씨는 지난달 19일 재윤이 죽음의 원인 규명과 사고 재발방지를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13일까지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2만6,000여명이다. 허씨는 “재윤이와 같은 환자안전사고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청와대의 대책을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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