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12> '빨간 줄'에 우는 인권

알코올 중독자는 재활 치료
학력이 낮으면 학업 지원
재소자별 맞춤형 지원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출소한 최진석(62ㆍ가명)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예기치 못한 수감생활과 이어진 가정해체. 몇 년 사이 너무도 달라진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최씨가 처음 교도소에 가게 된 건 2014년이었다. 술에 만취해 사람을 때려 중상을 입혀 1년을 복역했다. 학교 재단과의 갈등 등으로 퇴직한 후 학원 강사 등으로 일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았고, 점점 술에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출소 1년 만에 또 수감됐다. 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 소란스럽다는 이웃의 민원으로 출동한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의 멱살을 쥐고 흔들면서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된 것이다. “비전과자라면 훈방조치 됐을 만한 사안인데 누범기간에 걸렸다는 이유로 또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에 극한의 분노를 느꼈다”는 그는 교도관과도 싸움이 붙었고 결국 복역기간이 2년6개월로 늘었다. 또 복역 중 아내의 요청으로 이혼을 했다.

출소 후 갈 곳이 없어진 그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한 생활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절실한 건 신경정신과 치료다. 최씨는 “생각지도 못한 징역살이, 가정 해체,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때문에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우울증도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도소 입소 직후 폭력 예방교육 등 인성 관련 프로그램을 1~3개월 정도 받았지만 이후에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다”며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취업에만 지원이 집중돼 있어 정신건강 쪽은 소홀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출소자들의 사회적응과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교도소 입소와 동시에 맞춤형 지원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수감기간은 죄에 대해 벌을 주는 동시에 출소 후의 삶을 준비해주는 기간이기도 하다”며 “교도소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출소할 때까지 재소자를 어떻게 돌볼지 계획을 짜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알코올 중독자는 중독치료, 학력이 낮으면 학업 지원, 건강이 좋지 않으면 치료해 주는 등 각자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의사 종교인 경찰관 등 전문가 5, 6명이 재소자 10명을 맡아서 출소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팀 어프로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과자에 대한 지원은 취업이 1순위로 꼽히지만, 취업 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소자 고용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모(35)씨는 “10년 넘게 복역한 후 취업한 동료가 있었지만, 스마트폰 사용법을 모르는 등 사회적응에 힘겨워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도 어려움이 많아 결국 그만뒀다”며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출소 전부터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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