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맡았던 정모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며 사법부와 청와대 간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한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에 소환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공개 소환된 두 번째 현직 판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13일 2013~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을 맡았던 정모 울산지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52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정 부장판사는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왜 작성했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최대한 성실히 수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 신뢰 추락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충분히 밝혀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긴 뒤에도 ‘현안 관련 말씀자료’,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 등에서 원 전 원장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열거하며 “사법부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었다. 정 부장판사는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3년 8월 청와대를 한 차례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익명 법관 카페 사찰 등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15~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1ㆍ2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들을 사찰하고 주요 파일 2만5,000여건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를 8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양형위원회에서 근무하며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검토 문건을 작성한 구모 판사,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작성한 임모 판사를 비공개 조사하는 등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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