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78. 여덟 살 혼종견 레이

4개월 떄(왼쪽) 입양됐다 일곱 살 때 파양된 레이. 세월은 지났지만 애교와 귀여움은 그대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 활동가들에게 뿌듯한 순간 중의 하나는 유기된 동물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줄 때 일겁니다. 하지만 뿌듯하고 기뻤던 만큼 아쉬움이 큰 순간들도 있습니다. 입양 갔다 파양돼 다시 돌아올 때 입니다.

2010년 가을, 한 할아버지는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작고 귀여운 강아지과 고양이들을 판매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행여 금방 클까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이 할아버지가 동물들을 키우는 곳을 알아내 몰래 밥을 주곤 했었는데요. 할아버지는 그 중에서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가 유독 팔리지 않자 “안 팔리면 막걸리 안주로 삼을 것”이라며 공공연히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이를 본 제보자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제보를 했고,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어렵게 설득해 할아버지가 판매하려고 했던 동물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제보자와 함께 구조한 동물들의 입양처를 구했습니다. 막걸리 안주로 삼겠다던 강아지도 당시 4개월령의 어린 나이 덕분인지 금방 입양이 되었습니다. 레이라는 이름도 얻었지요.

'주세요' 개인기에 배변도 잘 가리는 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하지만 7년이 지난 지난해 레이와 함께 했던 가족은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는 말만 남긴 채 레이를 동물자유연대로 돌려보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을 입양 보낼 때 파양할 경우 다른 곳에 보내지 말고 다시 꼭 보호소로 데려오라는 서약서를 쓰게 합니다. 보호소에 돌려보내지 않을 경우 유기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에 보낼 경우 동물들이 제대로 지내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예쁜 강아지일 때 데려갔다가 7년이 지나 다시 돌아올 경우 활동가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아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안타까움이 큰 게 사실이지요.

물고기 인형을 물고 있는 레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레이(8세ㆍ암컷)는 ‘간식 러버’입니다. 뒷발로 일어서서 앞발을 모아 위아래로 흔드는 ‘주세요’ 개인기를 보여주며 보챌 정도입니다. 또 사람이 옆에 앉아있으면 엉덩이를 비비며 만져 달라고 애교를 부립니다. 배변도 패드에 잘 가리고 산책길에도 먼저 뛰어가지 않고 뒤에 있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레이에게도 아직 낫지 않은 아픔이 있습니다. 바로 낯선 남자를 무서워하는 건데요 어릴 때 판매를 위해 키우던 할아버지 때문일 거라고 활동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전 입양가정에서 고도 비만인 상태로 왔지만 꾸준한 관리로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고 아픈 곳도 없습니다.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어릴 때 많이 먹지 못해 식탐이 있는 편이지만 이를 조절해주면 아무 문제 없는 매력적인 반려견”이라며 “평생을 한 가족의 막내로 살았는데 갑자기 보호소로 돌아온 게 너무 안타까워 좋은 가족을 빨리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어른이 되어 보호소로 돌아왔지만 먹을 것도, 장난감도, 노는 것도 좋아하는 애교 만점 반려견 레이가 평생을 끝까지 함께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